돌아온 달러박스 中東

  • 입력 2009년 9월 17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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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플랜트 업체들은 지난해 말 중동에서 수주 준비작업에 들어간 여러 건의 프로젝트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취소되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입었다. 금융이 마비되면서 민간자본으로 발전 설비를 짓는 '민간전력공급(IPP·Independent Power Producer)사업'이 중도에 취소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일 머니로 뜨겁게 성장했던 시장이 올해 상반기(1~6월) 찬바람이 부는 곳으로 돌변하면서 플랜트 업체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7~12월)들어 중동 플랜트 건설 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해 한국기업들의 '달러 박스'로 재부상하면서 국내 플랜트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17일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플랜트 수주는 지난해 73억 달러(약 8조833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억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7, 8월 2개월치의 수주액은 9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80억 달러보다 많았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으로부터 10억4000만 달러 규모의 '꾸라야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3대 도시 중 하나인 담만 인근에 건설하는 발전용량 1330MW(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에 2013년까지 발전설비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달 4일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 화력발전소에 들어갈 3000억 원 규모의 보일러, 증기터빈 공급계약을 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도 14일 쿠웨이트가 발주한 26억 달러 규모의 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7월에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가스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STX중공업도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억 달러 규모의 철근생산 일관공정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상반기 뜸했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여러 건 성사된 셈이다.

이밖에도 UAE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이 발주한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정유 및 가스 플랜트 공사,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하루 40만 배럴 정제 규모의 정유 플랜트 등에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기업들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플랜트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의 경기부양책과 유가(油價) 상승, 중동 지역의 산업화 정책에 따른 전기 및 생산시설 확대의 영향으로 중동시장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철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유가 반등으로 작년 말 일제히 보류했던 건설 사업을 재개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동지역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보성 한국플랜트산업협회 대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작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며 "중동에서 시작한 플랜트 수요 증가가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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