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쌍용차, 77일 파업으로 ‘정상화’ 1년 늦어져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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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회생案과 15일 법원 제출案의 차이
4월엔 “내년 하반기 회생”… 15일 제출땐 “2년 적자”

쌍용자동차의 경영정상화 시점이 77일간의 장기 파업으로 1년가량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경영진이 파업 전인 4월 작성한 경영정상화 방안에선 흑자전환 시점이 내년 하반기(7∼12월)였으나 이달 15일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2011년 하반기로 미뤄진 것이다. 공장 점거 파업 등이 쌍용차 회생을 1년이나 뒷걸음질치게 만든 셈이다.

16일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예상 경영실적은 판매목표 3만2000대, 매출액 1조1500억 원, 영업적자 2000억 원이었으며, 내년은 판매목표 6만3900대, 매출액 2조700억 원, 영업적자 310억 원으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적자를 보다가 2011년 하반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회생계획안은 내다본 것이다.

이는 쌍용차 측이 15일 회생계획안을 공개하면서 경영상황과 관련해 “노조의 점거파업에 따른 기업가치 손실이 318억 원에 그쳐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를 3572억 원 웃돈다”고 뭉뚱그려 발표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쌍용차 최상진 기획재무본부장(상무)은 “장기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진 데다 신차 C200의 출시 시기마저 내년 6월로 연기되면서 회생계획안의 경영실적 예상치를 모두 낮췄다”고 밝혔다. C200의 출시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파업으로 연구개발이 중단되고 개발 자금마저 부족해지면서 내년 6월로 연기됐다.

영업실적의 핵심지표인 내년도 판매목표의 경우 △올해 4월 회사가 작성한 경영정상화 방안에선 9만8400대로 제시됐으나 △5월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선 6만9300대로 크게 줄었고 △이번 회생계획안에선 6만3900대로 다시 하향 조정됐다. 특히 회사 측은 이번 회생계획안에서 판매목표와 관련해 “매우 보수적으로 작성됐다”고 그동안 자체 평가한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보다 판매목표를 5400대 더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의 경영정상화 방안과 삼일 측의 조사보고서 모두 노조의 점거 파업기간인 5월 22일∼8월 6일에 작성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이 끼친 부정적 영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회생계획안에는 “(파업 이후) 노사합의에 따른 잔류 인원 증가와 C200 출시 지연, 파업 피해 복구비용 지출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서 잔류인원 증가는 당초 구조조정하기로 했던 974명에 대해 파업이 끝난 뒤 이 가운데 468명을 무급휴직으로 회사에 남기기로 노조와 타협한 사실을 뜻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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