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방만경영 10년이 지나도 여전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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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2008년 감사원 지적-결산안 보고서 분석

《KBS가 감사원의 반복되는 지적을 10년 이상 시정하지 않은 채 계속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이 1998년 이후 KBS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분석한 결과 KBS는 2003년 지적받은 과도한 노조 전임자 문제와 1998년 지적받은 퇴직금 누진제 문제 등을 여전히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자 19명 감축” 요구에 달랑 1명 줄여
외주제작 계속 늘었는데 인건비 작년 10% 증가
‘직원 절반이 팀장급’ 기형적 인력구조도 여전
전문가 “수신료 인상 요구전 개혁 먼저 해야”

○ 감사원 지적 시정 안 해

김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2003년 감사에서 “25명인 노조 전임자를 정부에서 제시한 대로 감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995년 ‘정부투자기관 경영쇄신 과제’에서 노조원이 4000∼5000명인 경우 전임자를 6명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다른 투자기관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KBS의 노조원은 4106명이다. 노조 전임자는 현재 24명으로 2003년 감사에서 지적받았을 때보다 1명이 줄었다.

김 의원 측은 “노조 전임자 수가 18명이 초과돼 이로 인해 전임자 1인당 연간 6173만 원, 연간 총액으로 11억1114만 원이 과다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1998년 감사에서 누진제를 기초로 하는 KBS의 퇴직금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KBS는 올해 5월이 돼서야 노사협상을 통해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합의했으며 그마저도 이사회 임기가 끝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 외주제작비 증가에도 인건비 늘어

국회의 ‘2008회계연도 KBS 결산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제작비에서 인건비성 경비(인건비+일반 복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32.6%, 2007년 32.7%, 2008년 34.7%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주제작비가 전년도보다 15.6% 늘어났지만 인건비성 경비 역시 전년도보다 10.5% 증가했다. 방송사들이 보통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주제작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외주제작 비중을 늘리고도 인건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은 그만큼 비효율적인 경영을 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또 KBS 지역국 인력 운용의 비효율성도 지적됐다. KBS의 18개 지역총국 및 지역방송국의 인건비성 경비 비중은 총사업비의 60.9%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국의 2008년 자체 제작 비율은 1TV가 봄 개편 시 8.28%, 가을 개편 시 8.47%였다. 2TV에선 2008년 가을 개편을 제외하고는 자체 제작 비율이 매년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회 문방위 관계자는 “인건비는 많이 쓰면서도 방송 제작은 별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직원 절반이 팀장급

보고서는 방만 경영의 주요 원인으로 KBS의 기형적 인적 구조를 꼽았다. KBS가 매년 일정한 인원을 상위직으로 승진시킴에 따라 팀장을 맡을 수 있는 2급 이상의 인력 비중이 2006년 42.9%, 2007년 45.1%, 2008년 47.8%로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사업 손실액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인건비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KBS가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어온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KBS 강선규 홍보팀장은 “퇴직금 문제는 이사회를 앞두고 사실상 폐기됐으며, 노조 전임자 문제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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