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3공장. U자형의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근로자 370명이 의장과 섀시 작업을 거쳐 완성차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회의실 계단 등 건물 여기저기에 깨진 유리창은 치열했던 파업의 흔적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다.
최상진 상무는 “공장시설을 수리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모두들 경비를 최대한 아껴 차를 한 대라도 더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이날 하루 종일 자리에 없었다. 15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법원과 채권단, 인수 희망기업 관계자 등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77일간의 쌍용차 점거 파업 사태가 끝나고 지난달 13일 생산을 다시 시작한 지 한 달. 쌍용차와 평택지역은 아직은 불안한 가운데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었다.
구조조정을 하기 전 평택 3공장에는 근로자 70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지금은 370명의 근로자가 밀린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잔업과 주말 특근까지 하면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제품의 품질은 파업 이전보다 35% 이상 높아졌고, 조퇴나 근무태만은 10분의 1로 급감했다. 의장라인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요즘에는 경조사를 제외하면 월차도 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카이런, 액티언, 액티언스포츠, 렉스턴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개 차종을 생산하는 이 공장 곳곳에는 ‘헌신적으로 회생에 참여하자’ ‘판매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자’ 같은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쌍용차 임직원들의 결연한 태도가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쌍용차는 지난달 2012대를 판매한 데 이어 이달에는 2.7배가량 늘어난 55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쌍용차는 15일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서 내년 판매목표 대수를 총 7만 대로 정했다. 이는 4월 회사 측이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밝힌 목표(9만8400대)보다 28.8%(2만8400대)나 감소한 것이다. 내년에 채무상환을 시작하면 판매목표를 다 채워도 흑자로 돌아서긴 힘들다.
회생계획안에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에 대한 차등 감자안과 무담보 채권자에 대한 변제율 등도 담긴다. 총 1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 무담보 채권의 변제율은 50%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코스피시장에선 회생계획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쌍용차의 주가가 전날보다 540원 떨어진 하한가를 기록하며 3065원으로 장을 마쳤다.
쌍용차에 의존하는 평택 지역 경기도 썩 나아지지 않았다. 구조조정으로 쌍용차 직원들이 줄어든 데다 회사에 남은 사람들도 소비를 줄이고 있어서다.
평택=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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