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자동차-IT업종 ‘엔高날개’까지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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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80엔대 진입 눈앞
日과 경쟁하는 수출기업 희소식
엔차입 많은 업체는 수익성 빨간불

엔화 강세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증시에 또 다른 기대감을 주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올 4월 중순만 해도 달러당 100엔 선을 넘었지만 지난주 후반 장중 한때 91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한 뒤 현재 92∼93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엔-달러 환율이 조만간 80엔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엔화 가치의 상승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해왔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의 업종에서 ‘엔고(円高) 수혜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과거부터 엔고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엔고 현상의 원인을 △일본의 정권교체에 따른 기대감 및 일본 외환운용 정책의 변화 가능성 △일본경제의 바닥 인식 △최근 지속되고 있는 달러 약세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아직 고용지표 등에서 불안한 반면 일본경제는 하반기에 접어들며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이 일본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게다가 새로 집권한 일본 민주당이 “미국에 의존하는 외교정책을 탈피하겠다”는 자세여서 일본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수출보다는 내수를 중시하는 새 정부가 최근의 엔고 현상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점도 엔화 강세의 또 다른 요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이번에도 엔화 가치의 상승이 국내 주식시장에 훈풍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2005년 등 일부 시점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엔화 강세는 수출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증시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특히 연초 이후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주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이인구 연구원도 “엔고 현상의 고착화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일본 경쟁기업을 따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증가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고 있어 엔화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좀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동차, IT 등 경합업종에 관심

투자자들의 눈은 자연스레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IT와 자동차 기계 화학 철강 등의 업종에서 두 나라 간 수출경합도가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이 가운데 국내 자동차기업들의 주가는 2000년대 들어 엔화 가치의 그래프와 거의 동일한 곡선을 그렸다. 하이투자증권은 7일 보고서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반도체, 전기전자·장비재료 등의 업종을 이번 엔화 강세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다만 IT 업종은 일본과의 경합보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만큼 투자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또 엔화 차입금이 많은 기업이나 일본산 원재료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오히려 엔화 강세가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승한 연구원은 “최근 거듭된 증시 상승으로 일부 수출주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기업수익성 대비 주가) 부담이 높지 않은 엔고 수혜주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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