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3가지 논란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민간분양 위축? 건설사 “가격경쟁 밀린다” 분양일정 고심
청약예금 홀대? 가입자 “같은 무주택인데 ‘저축’만 기회주나”
지역특성 무시? 지자체 “정책결정 소외”… 물량 배분도 불만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조기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8·27 서민주거안정대책’을 내놓은 뒤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장만할 수 있게 된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후속조치를 주시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입게 된 사람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8·27 대책을 둘러싼 주요 논란을 점검했다.》

○ 건설사 vs 수요자

서울과 수도권의 좋은 입지에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가을 분양시장에 기대를 걸던 건설사들은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온통 보금자리주택에 쏠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싼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에는 신중하게 청약하거나 청약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10월 대규모 동시분양을 앞두고 있는 인천 영종하늘도시나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 고양시 삼송지구 등이 보금자리주택 분양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까스로 해소 국면에 들어선 수도권의 미분양이 다시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물량 공급 시기를 의식해 최대한 분양 일정을 앞당기거나 아예 늦추는 등 민간 건설사 분양 일정에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시세의 반값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수도권 전체에서 공공분양 물량이 10만 채 늘어 당첨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에 우선권을 주는 특별공급제도에 이어 ‘근로자 생애최초 주택청약제도’가 이번에 도입됐다.

특히 30대 직장인들의 기대가 크다.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장모 씨(31)는 “보금자리주택은 사회초년생이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라며 “경쟁률이 치열하겠지만 반드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 청약 예·부금 vs 청약저축

전문가들은 8·27 대책으로 청약저축통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보금자리주택에 청약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 가입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년 동안 청약예금을 부어온 김모 씨(35)는 보금자리주택 분양에서 청약 예·부금 가입자를 배제한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김 씨는 “같은 무주택자인데 예금과 부금 가입자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일정 물량은 예금이나 부금가입자에게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들은 큰 변동이 없겠지만 상당수 청약 예·부금 가입자들이 통장 해지 후 주택청약종합저축 또는 청약저축으로 옮겨 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7월 말 현재 수도권 청약 관련 통장 가입자 중 예금과 부금 가입자는 각각 187만5416명, 71만4559명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주택 로또’로까지 불릴 정도로 당첨 확률이 낮은 보금자리주택에만 청약하는 전략은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단체 vs 중앙정부

국토해양부는 이번 대책이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카드라고 자부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가 거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와 고양시, 하남시 등 보금자리주택이 주로 들어서는 지자체들은 국토부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편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앞당겨 공급하면 2013∼2018년에는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는 수도권에 매년 15만 채를 공급하지만 2013년부터는 연간 공급물량이 6만6000여 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분당, 일산 등 신도시를 건설해 200만 채를 일시에 공급한 뒤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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