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노조 변해야 산다]<上>강성 일변도 노조

  • 입력 2009년 8월 28일 02시 59분


금융위기 이후 한국車만‘배짱 파업’
계파 갈등→극한 투쟁 악순환
“회사야 어찌되건…” 소모전
기아차 두달 동안 11차례‘스톱’

기아자동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26일부터 집행부 선거 일정에 들어감에 따라 석 달 넘게 끌어온 이 회사의 임금협상도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 1, 2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올해 임협이 모두 파행 끝에 사실상 10월로 연기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허덕이므로 올해 자동차 노사관계는 예년에 비해 조용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전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결과는 쌍용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장기 파업 사태가 일어나는 등 세계 자동차회사 노사가 위기 앞에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자동차업체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최대 걸림돌은 대립적인 노사문화”라고 지적했다. 2회에 걸쳐 한국 자동차노조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 본다.

○ 계파 갈등이 강성 투쟁 불러오는 악순환

기아차 노조는 협상 초기에는 2∼4시간 정도로만 부분파업을 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초반부터 강도 높은 파업을 벌였고 9년 만에 전면파업도 했다. 이 회사 노조는 6월 2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부분파업은 10차례, 전면파업은 1차례 벌였다. 회사 측은 올해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액은 약 6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기아차 노조가 이처럼 올해 강도 높은 파업을 벌이는 데에는 다음 달 있을 집행부 선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아차 노조의 현장 계파는 ‘기아자동차 민주노동자회(기노회)’ ‘자주민주통일의 길로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 등 10여 개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공장지회 집행부들이 서로 계파가 달라 과거 어느 때보다 계파 간 알력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내부 계파 갈등이 ‘선명성 경쟁’을 불러오고 강성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자동차회사도 다르지 않다. 쌍용차에서도 소수 계파 출신인 집행부가 선명성에 집착한 것이 파업 장기화의 한 요인이 됐다.

○ 조합원에게도 이익 못 주는 강성 투쟁

문제는 최근의 이 같은 강성 투쟁이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에게도 이익이 못 되고, 노조의 힘도 약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쌍용차 점거 파업의 경우 노조는 77일간이나 극한투쟁을 벌였으나 결국 농성자 52%에 대한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면서 명분에서나 실속에서나 초라한 성과를 얻게 됐다. 회사는 회사대로 이 기간 영업과 부품 공급망에 큰 타격을 받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노조 집행부는 대부분의 간부가 구속되면서 와해 단계에 이르렀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민주노총 탈퇴 논의도 나오고 있다. 극한 대립으로 회사, 노조, 조합원이 모두 손해를 봤다.

기아차에서도 두 달 가까이 파업 사태가 길어지면서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 목표인 35%를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기아차는 지난해 말부터 이번 파업 직전까지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고 특색 있는 차량이 나와 국내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였다”며 “그러나 파업으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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