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 움직임 제대로 보이나요?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최근 증시, 적은 수급에도 흔들
기관 자동매매 주가향방 좌우
中금리등 지켜보며 장기전략을

최근 며칠간 투자자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리는 게 ‘프로그램 매매’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7일 코스피가 44.35포인트(2.79%) 떨어질 때 한몫을 한 게 6310억 원이나 쏟아져 나온 프로그램 매도세였다. 18일 미국증시의 폭락으로 코스피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3.18포인트나마 상승을 유도한 게 3850억 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매수세였다.

물론 미국의 소비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부정적 경기 전망, 중국 증시가 본격 조정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 관망 등이 최근 주가가 ‘갈지자걸음’을 하게 만든 본질이다. 하지만 이런 본질과 무관하게 기계가 파는 프로그램 매매가 장을 들었다 놓은 건 무슨 이유일까.

○ 때론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프로그램 매매란 기관투자가들이 선물과 현물의 주가 차이가 커지면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내는 매매방식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주요 종목 30∼40개를 묶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놓고 한 번에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낸다.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다. 이는 현물시장에 대한 선물시장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뜻이며 그만큼 거래소시장의 기반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최근 선물시장에서의 큰손은 외국인. 주가가 크게 빠진 17일에는 외국인이 6700억 원어치의 선물을 팔았다가 18일에는 5700억 원어치를 되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홍콩의 단기투자 자금이 1조 원에 가까운 선물을 하루는 샀다가 다음 날 파는 식으로 단기투자에 나서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피데스투자자문 김영근 이사는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외국인의 매수세가 최근 한 달간 주춤하면서 국내 증시에 딱히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럴 땐 투기세력이 들어오기 쉽고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질을 보고 전략을 짜야

그러면 ‘당분간’은 얼마나 갈까. 증권가에서는 짧지는 않을 것 같다는 공감대가 많다. 관망세로 돌아선 외국인이 단숨에 재투자에 나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 증시에서 변동성을 놓고 투자하는 빅스(VIX)지수가 최근 급등한 게 주요한 신호다. 지난해 10월 정점에 올랐다가 최근까지 하향안정 추세였던 빅스지수는 17일(현지 시간) 17%나 뛰었다. 주가가 계속 내릴 때 빅스지수가 오르면 다시 장이 뜰 것이라는 의미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오를 때 빅스지수가 오르면 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지금껏 투자한 자금을 당장 빼지는 않겠지만 최근 몇 개월처럼 공격적 투자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위원은 “주가가 바닥에서 67%나 올랐기 때문에 체질이 허약해진 상태”라며 “당분간은 조그만 수급의 변화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선물 포지션을 보고 따라하기가 좋은 전략일까.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선물시장의 가격은 하나의 세력에 의해서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의 추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중국의 금리인상, 미국의 소비자경기 등을 장기적으로 보고 주식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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