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자는 돈을 더 쓴다”

  • 입력 2009년 8월 16일 10시 05분


경기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착한 소비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른바 '착한 소비자'들의 특징은 같은 값이면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 제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거나 제 3세계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기업의 제품에 대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을 공략하면 불황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판단이다.

15일 환경부가 인증한 '탄소성적표지' 제품을 생산한 기업들은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탄소성적 표지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행하는 탄소 배출량을 수치로 표시하는 제도.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는 것은 앞으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탄소성적 표지는 일종의 '친환경 제품 인증'으로 인식된다.

'탄소…' 제품을 생산한 기업 중 한곳인 코카콜라는 페트병 콜라 500ml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이 168g이라고 밝히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카콜라는 이를 위해 노후장비를 교체하고 친환경 설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 특히 친환경 냉매를 사용하고 제품 판매 시간을 스스로 파악해 냉각기를 가동하는 '학습형 쿨러' 기능이 있는 자동판매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풀무원, CJ제일제당, 리바트, 아시아나항공, 경동나비엔, LG전자 등도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고 '지구 온난화 막기'에 나설겠다고 선언했다.

'공정 무역'도 '착한 소비'의 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무역형태의 하나. 사탕수수, 커피, 신발, 의류 등을 구입하면서 제품을 생산한 노동자들이 정당한 인건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따져 물건을 사는 트렌드다.

'아름다운 가게'가 커피, 홍차 4종의 공정무역 제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스타벅스도 공정무역 원두커피인 '카페 에스티마 블렌드'를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제품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역시 최근 동티모르에서 수입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7월 한 달간 1000여개가 팔렸다.

이 밖에 'GS이샵', '1300K' 등의 인터넷쇼핑몰도 공정무역 메뉴를 따로 만들어 놓고 초콜릿, 차, 커피, 잡화류 등의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 판매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전통적 형태의 '착한 소비'도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환경 가치 경영 3주년'을 기념해 지난해부터 매장 내에 '에코숍'을 설치하고 유기농 제품과 재활용 제품을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멸종위기 조류 보호 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영화관 메가박스는 매달 25일을 '기부데이'로 정하고 이날 영화 관람객 1인당 100원씩을 적립해 시각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치료비로 기부하고 있다.

박형재 한국 코카콜라 상무는 "착한 소비는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통해 다른 개인 및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일종의 사회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며 "착한소비의 중심에 선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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