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거대 경제권과 맺은 첫 FTA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최경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국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 국장은 CEPA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을 이끌었다. 김재명  기자
최경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국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 국장은 CEPA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을 이끌었다. 김재명 기자
GDP 1조3000억-고용 4만여명 늘듯

■ 한국경제 미치는 영향
한국과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은 한국이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와 맺는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번 협정은 두 나라의 경제협력의 밀도를 높이는 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맺었던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고 개방 속도도 더뎌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속에서도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인도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 “인도 관세율 높아 한국이 이득”
한-인도 CEPA는 지금까지 한국이 체결한 FTA 가운데 개방 수준이 가장 낮다. 한미, 한-EU FTA는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기로 한 품목이 99%(품목 수 기준)인 데 비해 한-인도는 85∼93%에 그친다. 한국과의 교역액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별 수출입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 1.5%였으며 올해 1∼7월에도 2.2%,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도의 성장잠재력을 감안하면 개방 수준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각국이 마이너스 성장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6.5%, 내년 5.4%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04년 기준으로 양국 간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이 각각 1조3000억 원, 4만8000명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2007년 기준 농산물을 제외한 인도의 평균 관세율은 11.5%로 한국(6.6%)보다 높기 때문에 관세철폐 및 감축에 따른 혜택은 한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서비스 개방 수준은 높아
한-인도 CEPA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서비스 분야다. 인도는 통신, 사업서비스(건축 부동산 의료 등), 건설 유통(소매 제외), 광고, 오락문화, 운송, 금융 등 서비스 분야의 문호를 열었다. 그 대가로 한국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 경영컨설턴트, 기계·통신 기술자, 초중고교 영어보조교사, 자연과학자, 광고전문가 등 163개 서비스 전문직이 국내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도가 협상 과정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의사 및 간호사의 국내 취업은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인도의 서비스인력은 관련 분야의 자격증과 비자 발급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갖추면 국내 취업이 가능했으나 한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입국이 일부 제한돼 왔다. 그러나 한-인도 CEPA가 발효되면 자격증과 자격요건만 갖추면 국내 취업이 가능해진다. 그 대신 정부는 발효 후 2년간 추이를 지켜본 뒤 인도 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오면 인도 인력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 한국 기업 대인도 투자 늘 듯
인도가 투자 분야에서 그동안 맺었던 무역협정과 달리 처음으로 네거티브 방식의 자유화를 채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네거티브 방식의 투자 개방이란 소수의 항목만 빼놓고 나머지 분야에서는 원칙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다. 인도는 농업과 어업, 광업 등 1차 산업 분야를 제외하고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한국 기업의 투자를 허용했다. 이와 함께 투자한 자산의 간접수용(국유화 등 직접수용 외에 사유재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정부 정책 및 조치) 금지,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등 기업의 투자에 따른 보호장치를 확실히 마련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인도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측은 원산지 기준과 관련해 북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 108개에 한해서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해 한국이 체결한 기존 FTA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한-EU FTA에서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해 협정 발효 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해 한국산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