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점 부자동네 쏠림 가속화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 작년 7월이후 4개 시중은행 지점 구조조정 분석

강남3구는 28개 신설… 종로-중구 18개 폐쇄
신도시 지점 늘어… 목좋은 곳 선점 경쟁 치열

서울 종로구 충신시장 인근에 살고 있는 주부 김부진 씨(55)는 요즘 은행을 찾는 빈도가 부쩍 줄었다. 집 근처에 있던 은행 지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지점을 가려면 북새통인 시장 길을 가로질러야 한다. 시장 상인들 역시 불편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김 씨는 “오랫동안 이용했던 은행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져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며 “다른 지점은 너무 멀어 주거래은행까지 바꿨다”고 말했다.

지점 구조조정은 올해 초 은행가의 화두 중 하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은행들이 경비 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지점들을 폐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도권의 은행 지점 폐쇄가 강북지역에 집중됐다는 점. 반면 강남지역과 경기도내 신도시엔 지점이 대거 신설되면서 은행 지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부자 고객 따라가는 은행 지점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대형 시중은행을 조사한 결과 이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모두 167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지점이 많이 폐쇄된 지역은 서울 종로구, 중구 등 대표적인 구(舊)상업지구다. 중구가 11곳으로 가장 많이 폐쇄됐고 종로구가 7곳, 영등포구가 5곳으로 뒤를 이었다. 과거 이 지역은 은행 지점이 문만 열면 단기간에 수익을 냈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장사가 되지 않아 은행 지점에 거액의 임차료 부담만 떠안기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세운상가 등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상가들이 철거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반면 강남지역의 경우 송파구가 14곳, 강남구 8곳, 서초구 6곳으로 신설 지점이 크게 늘었다. 분당신도시를 낀 경기 성남시에도 9개의 지점이 새로 들어섰다.

특히 송파구에선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잠실동, 신천동에 지점 신설이 집중됐고 신도시 건설 지역인 경기 화성시, 김포시 등에도 지점이 많이 생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에 따라 지점의 폐쇄와 신설이 결정되는 분위기가 과거보다 강해졌다”며 “특히 송파구의 경우 재건축으로 고소득층인 주택 실소유주가 대거 입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부분의 은행이 점포 신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선점 경쟁 치열

서울 강남과 신도시 지역에 영업력이 집중되면서 신설 지점을 내기 위한 은행들의 정보전은 첩보활동을 방불케 할 정도다. 기업 고객이나 부자 고객들이 몰리는 목 좋은 지역을 선점하기 위해 은행들마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들은 전담 직원을 두고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해당 지역의 기업 또는 상가 입주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 은행들의 지점 개설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또 은행들은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PB센터도 강화하고 있다. PB센터 확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해까지 전문PB센터로 ‘투체어스 강남센터’만 운영해왔던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송파구 잠실동과 서초구 서초동, 강남구 대치동에 PB센터 3곳을 신설했다. ‘골드클럽’이라는 브랜드로 PB에 주력하고 있는 하나은행도 지난해 12월 강남구 도곡동에 새로운 PB센터를 개설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강남에 PB센터를 신설하면 잠재력이 큰 고소득층을 선점하는 장점이 있다”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PB센터에 대한 은행들의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종현 인턴기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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