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 가라오케 본고장 日서 볼륨업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실시간 노래 배틀, 과거 자신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 기능 등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IT)을 노래방 기기에 접목해 성공한 KY재팬 직원들. 오른쪽 아래가 양태식 사장. 사진 제공 KY재팬
실시간 노래 배틀, 과거 자신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 기능 등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IT)을 노래방 기기에 접목해 성공한 KY재팬 직원들. 오른쪽 아래가 양태식 사장. 사진 제공 KY재팬
■ 현지 법인 ‘KY재팬’ 성공기

무선인터넷 리모컨-터치스크린
온라인 노래대결 프로그램까지
독자 기술 노래방 기기에 접목
日시장서 1만5000대 판매 돌풍

“죄송합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2001년 12월. ‘벤처기업인’의 꿈을 안고 일본 도쿄(東京)에 온 한국 청년은 자신의 사업 파트너들에게 연방 사과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노래방’ 사업이 자금 사정 때문에 망했기 때문. 일본인 아내와 자녀들을 볼 면목도 없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자신도 없었다. 벤처의 꿈을 접어야 했던 그해 겨울은 눈물마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다.

그리고 7년 후인 지난해 12월 26일, 그는 노래방 기기 제조업체 금영의 일본법인 ‘KY재팬’ 사무실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KOTRA 산하 도쿄 IT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IT수출 시상식에서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KY재팬이 실적 부문 최우수상을 탄 것. 지난해 그는 15억 엔(약 202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일본 ‘가라오케(노래방)’ 시장에 우뚝 섰다. 8년 만에 일본서 성공한 KY재팬의 양태식 대표. 그의 소감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죄송합니다”부터 시작됐다.

“죄송합니다. 그때는 정말…. 하지만 기쁩니다. 드디어 이제 보답할 수 있게 돼서….”

○기기 속 프로그램 제조가 성공의 핵심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가스미가세키(霞が關)에 위치한 KY재팬은 11명의 한국인과 1명의 일본인 직원 등 12명이 전부. 이 업체는 지난해 일본 가라오케 시장에서 ‘빅3’라 불리는 노래방 기기 유통업체 BMB(시장점유율 31%로 노래방업계 2위)와 손을 잡고 자신들의 IT 노하우가 들어간 노래방 기기를 만들었다. 이들의 기술이 담긴 기기는 일본 내에서 1만5000대 넘게 팔렸고 KY재팬은 가라오케 종주국 한복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소프트웨어 돌풍을 일으켰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노래방 시장의 사업구조를 감안한다면 KY재팬의 성공은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성공의 핵심은 ‘노래방 기기 제조가 아닌, 노래방 기기 속 소프트웨어 제조’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양 대표는 2001년 도쿄에서 인터넷 노래방 사업을 했다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드웨어로는 가라오케 유통업체들을 넘어설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양 대표는 한국인 엔지니어들과 함께 무선인터넷 기술을 노래방 기기에 접목했다. 그가 처음 내놓은 제품은 무선인터넷이 달린 노래방 리모컨 기기 ‘우가나비’. 노래 제목, 가수, 가사까지 글씨로 인식하는 터치스크린을 달았고 노래방에 술 취한 손님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손가락 지문으로 노래방 회원 로그인을 하는 ‘지문인식 로그인’ 기능을 선보였다. “특이하다” “신선하다”라는 시장 반응이 이어졌다.

○ 노래방도 ‘소통’이 필요했다

용기를 얻은 양 대표는 일본인들이 좋아할 아기자기한 소프트웨어들을 탑재한 노래방 기기 ‘우가 넥스트’를 만들었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노래방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끼리 노래 대결을 하는 ‘온라인 노래방 파이터’ 게임 프로그램, ‘슬롯머신’으로 과거 노래를 연대기 형식으로 검색하는 ‘룰렛 검색’ 등이 대표적. 특히 로그인을 하면 어느 노래방에서든지 이전에 자신이 부른 노래를 기억해주는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기록을 좋아하는 일본인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다.

일본에서의 성공 요인으로 양 대표는 일본 노래방 시장의 규모를 꼽았다. 양 대표는 “방이 1만 개 이상 되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있고 대기업들이 가라오케 시장에 진출하는 등 노래방 시장이 커서 IT가 탑재된 고가의 장비를 들여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다. 양 대표는 “일본은 너무 꼼꼼해 기술검증 기간이 무척 길었다”고 말했다.

KY재팬의 다음 목표는 노래방을 소통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 양 대표는 “화상 캠을 달고 메신저 기능을 추가해 한국의 채팅문화를 일본에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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