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中서 BMW 50대 팔았다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中 ‘내수 기관차’ 올라탄 한국기업들의 쾌속질주

소비 고급화 바람 타고

5000만원 골드바도 불티

이랜드-롯데백화점 선전

CJ오쇼핑의 중국법인인 동방CJ는 올봄 홈쇼핑을 통해 BMW 자동차 50여 대를 팔았다. 홈쇼핑에서 고가의 자동차를 판다는 것 자체가 워낙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기존 판매분이 금세 동이 나 추가 주문까지 받아야 했다. CJ오쇼핑 중국법인의 이용섭 부장은 “최근 금값이 급등할 때는 한국 돈으로 4000만∼5000만 원이나 하는 골드바가 잘 팔렸다”며 “이런 고가 상품을 배송할 때는 운전사에 상품설명 담당자, 경호원까지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의 요즘 소비 수준은 이전과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2007년 중국 민간소비 규모는 9조3000억 위안(약 1조2700억 달러)으로 같은 시기 한국 국내총생산(GDP) 총액(9500억 달러)보다 많았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소비시장의 규모가 2020년에는 4배 가까이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같은 제품도 한국보다 비싸게 팔려

이랜드그룹의 의류 브랜드인 스코필드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지역에 있는 바바이반(八佰半) 백화점의 한 매장. 이곳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20, 30대 초반의 젊은 층으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80허우(後)’ 세대가 많다. 이 매장의 쥐훙(瞿虹) 점장은 복도 쪽에 진열한 798위안(약 15만2000원)짜리 티셔츠를 가리키며 “이 옷이 한 달에 300벌 정도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스코필드 전국 매장에서 6개월 안에 5000위안(약 95만 원) 이상 대량 구매를 하는 고객들에게 5% 할인을 해 주는데, 이 같은 혜택을 받는 프리미엄 회원이 550여 명이다. 이랜드는 올해 중국에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 최대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거리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도 올해 월평균 매출이 작년보다 30∼4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소득 2만 위안(약 380만 원) 이상의 소비자들이 주된 타깃인 이 백화점은 프리미엄 고객들을 위한 전용 휴식공간과 고객들이 주문한대로 쇼핑을 대행해주는 ‘퍼스널쇼퍼룸’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조환섭 여성팀장은 “보통 이곳 상품, 그중에서도 명품은 같은 제품인데도 한국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며 “비싸도 팔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5만∼6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레고’의 비행기 모형 완구는 이 백화점에서 650위안(약 12만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베이징 외곽에 있는 가전쇼핑센터 쑤닝(蘇寧)전기에서는 비교적 저가품이 많이 있는 가전하향(家電下鄕·가전제품을 살 때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는 정책) 매장보다 상대적으로 고가품이 많은 수입전자제품 매장에 손님이 더 많았다. 이곳 매장의 한 직원은 “중국인들은 남에게 보여주려는 욕구가 강해서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가장 좋은 제품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 부유층 급증하며 소비 고급화

중국 1인당 GDP는 3000달러 수준으로 미국 등 선진시장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선진국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부유층 및 중산층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이들의 증가 속도도 매우 가파르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중국 도시가구 중 선진국에서도 중상위층 이상에 해당하는 연소득 18만 위안(약 3420만 원) 이상의 비율이 2026년에는 2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 트렌드도 날로 고급화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여행사인 시트립(Ctrip)의 영업이익은 2008년 말 바닥을 찍고 올 1분기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호텔 및 레저 산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또 중국은 올해 세계 1위의 자동차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소비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철저한 현지화를 무기로 다국적 기업들과 맞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한국에서의 대표 브랜드인 ‘쇠고기 다시다’를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닭고기 다시다’로 바꿔 출시했다. 중국인들이 유독 닭고기 육수를 즐기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또 중국 시장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이 남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매스미디어 광고보다는 재래시장 이벤트, 주방장 초청 등 오프라인 판촉에 주력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유재동 기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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