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新용광로 장착…“불황 녹이기 준비 끝”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신규 설비 가동 잇따라…상반기 침체 돌파 나서
“내년 공급과잉” 우려도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우울한 상반기’를 보낸 철강업계가 잇따른 신규 설비 가동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철강업계는 3분기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과 글로벌 철강 가격 인상 등이 새 설비 가동과 맞물리면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인 투자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 잇따른 신규 설비 가동

동부제철은 다음 달 1일 충남 당진군에서 전기로 제철공장 가동 행사를 갖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참석하는 이 행사는 동부제철의 ‘염원’을 푸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부제철은 그동안 주력 제품인 냉연판재류의 원료가 되는 열연제품을 외부에서 구입해왔다. 하지만 고철을 녹여 열연제품을 만드는 전기로가 가동되면서 원료를 자체 생산해 일관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동부제철이 건설한 전기로는 연생산량 300만 t 규모로 단일 전기로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는 현재 보수 중인 광양제철소 제4고로 화입(火入·고로 가동)식을 다음 달 말 진행한다. 이 고로는 보수를 해 생산능력을 연 310만 t에서 430만 t으로 높였다. 고로 가동 중단이 가져왔던 감산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또 다음 달과 9월에 멕시코 자동차용 강판공장과 베트남 냉연공장을 가동한다.

동국제강은 당진에 건설 중인 새 후판공장의 본격 가동 시점을 10월 또는 11월로 잡고 있다. 동국제강은 연 150만 t 생산능력을 가진 이 공장에서 일단 내년까지는 연 100만 t 정도를 생산한 뒤 생산량을 늘려가기로 했다.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인 현대제철도 내년 1월로 예정된 시험 가동에 맞춰 공사에 한창이다. 연간 400만 t의 쇳물을 뽑아내는 1호기 기준으로 93% 공정을 보이고 있다.

○ 기대와 우려 엇갈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신규 설비 건설과 기존 설비 정비에 쏟아 붓는 투자액은 모두 10조1228억 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40%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조강생산 능력도 6014만 t에서 6417만 t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가 상반기에 이어졌던 감산 기조를 벗어나 생산량을 늘려가는 데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감산으로 철강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재고 조정이 끝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은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이 남은 데다 경기 회복 시기와 맞물려 수요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1∼3월) 최악이던 글로벌 철강 시황이 2분기 이후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며 “과거의 철강 가격 회복 속도보다는 더디겠지만 철강재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양기인 대우증권 연구원은 “열연강판이나 후판은 공급이 부족했던 제품이어서 설비 신규 증설이 어느 정도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신·증설된 제철소들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중 연구원도 “전체 철강재 시황과 별개로 조선 시황이 살아나지 않는 한 후판 등 일부 강종의 시황은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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