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효과 떨어지는 곳에 똑같이 광고하라니…”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한 제약사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서며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10일자 경향신문(왼쪽)과 한겨레신문에는 나란히 이 제약사의 광고가 실렸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은 한 제약사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서며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내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10일자 경향신문(왼쪽)과 한겨레신문에는 나란히 이 제약사의 광고가 실렸다.
광고주 “反시장적” 반발

언소주의 메이저 신문 광고주 압박 운동과 관련해 김이환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10일 “광고 효과와 관계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기업에 광고 매체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반(反)시장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소주가 특정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도록 한 제약회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광고 집행을 배급제로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매체별로 광고 효과가 크게 차이 나는데 광고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광고주의 ‘광고 자유권’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광고주들은 신문 논조보다도 열독률과 부수, 매체 영향력 등에 따른 광고 효과를 보고 광고 매체를 선택한다”며 “과학적으로 측정해 광고 효과가 높은 곳에 광고를 집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광고주 협박 사태로 큰 피해를 봤던 기업들도 최근 언소주의 단체 행동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불매 운동 대상이었던 중견기업 A사는 이번에도 협박받을 것을 우려해 9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처럼 홍보비가 많으면 골고루 광고할 수 있겠지만 우리처럼 작은 회사는 모든 매체에 광고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A사는 광고 효과가 큰 동아일보 등에 광고하지 않으면 모든 매체에 광고하는 것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중견업체 B사는 “불매 운동의 효과를 높인다는 이유로 취약한 중견 및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광고 효과가 엄청나게 차이 나는 동아 조선 등 메이저 신문과 한겨레 경향을 같게 대접하라’는 억지를 들어주면 메이저 언론사뿐만 아니라 다른 마이너 매체들도 부당한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의 임원은 “지난해 이른바 ‘메이저 언론 광고주 협박 사태’ 때도 불매 운동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했다”며 “기업들이 냉정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억울한 피해 기업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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