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종가’ 현대, 6년만에 1위 복귀 눈앞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내달말 종합평가… 작년이후 수주-매출 등은 선두

올 3월 초 현대건설에는 중동에서 한 통의 낭보(朗報)가 날아들었다.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3억51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따냈다는 소식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공사 발주량이 급감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공사 수주에 애를 먹던 때여서 기쁨이 더 컸다. 이 수주는 올 들어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따낸 공사 중 금액이 가장 크고, 기술력이 뛰어난 선진국 업체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현대건설을 뺀 상위 5대 건설사들의 올 1분기(1∼3월) 해외플랜트 수주 실적이 전무하거나 현대건설의 25% 수준에 그친 것과도 대비됐다.

2000년 현대그룹의 승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왕자의 난’ 이후 한국 건설업계 1위 자리를 40여 년 만에 내준 현대건설이 최근 실적 호조를 앞세워 ‘1위 재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이 다음 달 말 발표될 종합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에 넘겨줬던 ‘건설 종가(宗家)’로서의 명예를 2004년 이후 6년 만에 되찾게 되는 셈이다.

○ 작년부터 수주, 매출 줄곧 1위

현대건설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작년 현대건설은 수주 16조4812억 원, 매출 7조2711억 원, 영업이익 4802억 원 등으로 3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수주금액은 전년보다 40%나 급증했고 영업이익과 매출도 각각 32.6%, 28.7% 증가했다. 연간 매출액이 7조 원을 넘어선 것은 현대건설이 한국 건설사 가운데 처음이었다.

현대건설은 여세를 몰아 올 1분기에도 수주 3조1977억 원, 매출 1조9796억 원을 달성해 두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특히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수주량이 급감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나머지 ‘빅5권 경쟁사’인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삼성건설보다 수주금액이 독보적으로 많았다. 현대건설은 4월 싱가포르에서 6억 달러 규모 지하유류비축기지 건설공사를 추가로 따내 올 들어 최근까지 해외공사 수주실적(19억5100만 달러)으로도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종합시공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전년 매출과 재무구조 등이어서 올해 현대건설의 1위 재등극 가능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 주택사업 축소로 미분양 부담 적어

현대건설의 최근 실적은 국내외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매출도 한 부문에 치우치지 않는 등 사업구조가 안정적인 덕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의 매출비율이 6.5 대 3.5로 적절히 나뉘어 있고 국내 매출도 토목 27%, 건축 40%, 플랜트·전기 32.5% 등으로 분산돼 있다.

또 현대건설은 2001년 6월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서 보수적으로 사업을 펼쳐 주택사업 비중이 매출의 20% 안팎에 그쳤다. 반면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2000년 이후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주택사업 비중을 40% 안팎까지 높였다. 결과적으로 일부 대형 건설사가 수천 채의 미분양 아파트에 발목이 잡힌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미분양 주택이 800채(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하다.

삼성증권 허문욱 연구위원은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지급보증금액 8조5000억 원 중 우발채무가 될 가능성이 많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등의 비율이 11%에 그쳐 이 비율이 많게는 40% 정도인 다른 대형 업체보다 재무구조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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