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봄날 끝났다” 경고 잇달아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글로벌 경쟁사 앞다퉈 고효율 소형차 출시

“중대형차 전략 착오… 하반기 경쟁력 약화”

하반기(7∼12월) 이후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소형차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말 경제위기 직후 소형차 개발에 뛰어든 세계 자동차기업들이 하반기에 앞 다퉈 연료소비효율이 높으면서도 저가(低價)인 소형차를 쏟아낸다. 기존 소형차의 판매 비중이 높아 그동안 상대적으로 선전(善戰)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봄날’도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 쏟아지는 고효율, 초저가 소형차

인도의 타타 자동차는 다음 달 280만 원짜리 초저가차 ‘나노’(연비는 L당 28.5km)를 출시한다. 이 차는 안전장치 등을 보강해 2011년 미국, 유럽 등지에 판매될 때는 가격이 5000달러(약 63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 과정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국민차’라는 이름답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소형차 ‘골프’와 ‘폴로’ 등 새 모델을 올 상반기(1∼6월)에 발 빠르게 내놨다.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 BMW 등도 실속형 소형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BMW는 ‘뉴 1시리즈’를 상반기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초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1’을 내놓는다.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는 포드는 올해 안에 ‘피에스타’ ‘Ka’ 등 연비가 좋은 소형차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전통적으로 고효율 소형차에 강한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엔화 강세의 고전 속에 반격을 시도한다. 연비는 높이고 가격은 더 낮춘 소형차를 하반기 이후 잇달아 내놓는다. 혼다는 기존 소형차 ‘피트’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에 판매할 예정이다. 피트는 지난달 일본에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에 이어 판매 순위 2위를 차지했으며 연비가 L당 24km(일본 기준)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면 연비는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 “원가 절감 없이는 경쟁하기 어려워”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앞 다퉈 고효율 소형차를 내놓고 있지만 현대·기아차가 최근 몇 년 새 출시한 차는 대부분 중·대형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제네시스’에 이어 3월 ‘에쿠스’를 내놨고, 기아차는 대형 SUV ‘모하비’에 이어 지난달 준대형 SUV ‘쏘렌토R’를 발표했고, 연말에는 준대형 세단을 선보인다. 7, 9월에 ‘아반떼’와 ‘포르테’의 LPI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지만 내수용이다. 인도, 유럽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 ‘i20’ ‘i10’, 기아차 ‘씨드’가 그나마 새로 내놓은 소형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유럽이나 일본 경쟁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고효율 소형차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현대·기아차가 전략적 판단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며 “하반기 다른 기업들이 소형차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기존 라인업으로는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최근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급히 새로운 소형차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선 “현대·기아차의 소형차는 워낙 수익성이 낮아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 유럽,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 노력, 생산유연성 확보 등 노력을 했지만 현대·기아차는 기존 경직된 생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구조조정은커녕 노조가 임금인상과 신차 개발 시 국내에서 우선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경쟁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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