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한국휴대전화업체는 동맹관계”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 국가안보 전문가 출신 차영구 퀄컴코리아 신임사장

노키아에 맞선 동반자인데 부정적면만 부각해선 곤란

“퀄컴과 한국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반대편 진영인 노키아에 맞선 동맹 관계입니다. 퀄컴은 ‘로열티 도둑’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잘못 굳어진 퀄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제게 맡겨진 역할이죠.”

8일 첫 업무를 시작하는 차영구 퀄컴코리아 신임 사장(62·사진). 그는 3성(星) 장군까지 올랐다가 2004년 예편한 국가안보 정책 전문가다. 전역 이후 휴대전화업체 팬택의 상임고문으로, 대학교수로, 민간단체인 한미연합의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군사적 한미동맹의 핵심역할을 맡았던 그가 퀄컴의 한국지사를 총괄하게 되면서 산업기술 분야 ‘한미동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민간단체 한미연합 사무실에서 차 사장을 만났다. 퀄컴코리아 사장 내정 후 가진 언론과의 첫 대면 인터뷰다.

그는 자신과 퀄컴의 인연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2005년 2월 팬택에 들어간 뒤 맡은 일이 퀄컴과의 로열티 협상과 칩 구매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한국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원천 기술을 가진 퀄컴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해 왔다. “테이블에 앉으면 퀄컴은 우선 수천억 원 단위를 부릅니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가격은 수백억 원 단위로 떨어지죠. 그 과정에서 얼마나 피비린내가 나겠습니까.”

퀄컴 측은 협상 파트너인 차 사장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 4월 방한한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한미연합 주최의 행사에서 차 사장을 처음 만났고, 지난달 초 공식 제안을 해 왔다.

“결국 ‘적’의 품에 안긴 것 아닌가”라는 공격적인 질문을 던져봤으나 그의 답변에는 동요가 없었다. “전술적인 갈등관계를 너무 과장하고, 전략적인 동반관계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지만 용산기지 이전 협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할 때 얼마나 갈등이 많았습니까. 그렇다고 동맹이 깨졌나요. 퀄컴과 한국 휴대전화 업체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퀄컴은 한국에 퀄컴테크놀로지라는 또 다른 회사를 두고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맡기고 있다. 차 사장은 퀄컴테크놀로지가 보병이라면 자신이 맡은 퀄컴코리아는 보병 전투를 지원하는 포병, 통신병, 공병 등을 합친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퀄컴이 수익의 약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규모는 연간 20억 달러에 이른다. 제이콥스 회장은 방한 당시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의사를 천명한 바 있다. 뛰어난 기술벤처를 발굴해 건당 5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인데, 이미 한두 업체가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사장은 퀄컴의 한국 투자에 적극적인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생을 한국 정부의 관료로 살아왔습니다. 미국 회사에서 일한다고 미국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 분야, 기술 분야에서의 한미동맹이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봅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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