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업계 옛 삼성물산 맨파워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섬유-유통부문 인맥들 포진

의류-백화점-마트 진두지휘

케이블TV 인포머셜(정보성 광고)에서 누구나 한 번쯤 본 코리아홈쇼핑의 ‘잭필드 신사바지 3종 세트’는 2001년 시판 이후 지금까지 800만 장 이상 팔린 히트상품이다. 이 제품을 고안한 백민석 G마켓 식품사업실장은 삼성물산에 몸담고 있을 때 구김이 생기지 않는 ‘링클프리’ 면바지를 국내에 들여와 ‘대박’을 터뜨렸던 면바지 전문가다.

2007년 G마켓으로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긴 후 김장철 산지(産地)에서 절임배추를 소비자에게 직배송하는 아이템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백 실장은 “당시 1980, 90년대 삼성물산은 ‘뭐든 돈 되는 아이템’이면 직원에게 전권을 일임하며 맡겨주는 벤처회사였다”며 “그때 익힌 섬세함과 추진력이 이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삼성물산 출신 인사들이 유통·패션업계에서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모기업으로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했던 삼성물산에서 배운 업무지식을 바탕으로 업계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 상사맨 네트워크로 제2창업 나서

속옷기업 엠코르셋의 문영우 대표는 삼성물산에서 스포츠 의류사업을 담당하다 2003년 코오롱의 속옷 브랜드 르페를 인수해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문 대표처럼 섬유사업 부문 인맥들은 섬유산업이 상대적으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삼성물산 재직 시 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에 나선 경우가 많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으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풍인무역 박영표 사장도 삼성물산 섬유사업부 출신이다.

삼성디자인학교(SADI) 학장과 한국패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원대연 회장도 삼성물산 섬유수출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서울패션센터장을 맡고 있는 한성희 본부장도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 팀장 출신이다.

○ 몸값 높은 삼성물산 유통맨들

삼성그룹은 1994년 신수종사업이라는 기치 아래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유통사업에 야심 차게 진출했지만 지금은 유통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1999년 영국계 할인점 기업 테스코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일부 지분을 매각했고 2007년 삼성플라자와 온라인쇼핑몰 삼성몰을 애경그룹에 팔았다.

‘삼성’이란 간판은 사라졌지만 삼성물산 유통 인맥들은 회사 주인이 바뀐 뒤에도 여전히 몸값이 높다.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 부문 부회장은 삼성플라자를 인수할 당시 “삼성플라자 점포 하나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의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삼성물산 인력에 욕심이 컸다. 조재열 삼성플라자 점장은 애경으로 인수된 후에도 애경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백화점사업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그룹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 홍종길 AK플라자 구로본점장도 삼성플라자 마케팅팀장 출신이다.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사장도 삼성물산 유통사업 부문 출신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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