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전무 경영화두는 글로벌+α?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3분


경영권승계 합법 판결후 새청사진 관심

이건희 전회장은 ‘초일류’ 경영 이끌어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의 굴레를 벗게 된 삼성그룹이 앞으로 보여줄 미래 청사진에 삼성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이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이 지난달 29일 내려지자 ‘뉴(New) 삼성’ 또는 ‘제3의 창업’ 같은 경영 청사진이 가시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삼성은 ‘총괄적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不在)한 상태였다.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아직 ‘움직이고 싶어도 꼼짝할 수 없는 분위기’는 남아 있다. 따라서 새로운 도약이 절실하면서도 당분간 삼성의 행보는 정중동(靜中動)의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로 지배주주로서 합법성을 인정받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향후 움직임은 삼성의 미래 전략 또는 ‘제3의 창업’ 청사진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 전무가 앞으로 추구할 경영 화두에 ‘초일류’와 ‘글로벌’은 반드시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초일류’는 부친인 이 전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미완의 숙제이다. 이 전 회장은 1987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 이어 제2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지난해 삼성 특검 여파로 물러나면서 “(초일류 기업에 대한) 약속을 못 지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글로벌’은 최고경영자(CEO)로서 이 전무의 상대적 장점이 함축된 단어다. 일본과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를 했고 2007년 1월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은 뒤 활발한 글로벌 경영 행보를 해왔다. 지난해 4월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에 따라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에도 글로벌 시장 점검 등의 활동은 쉬지 않고 계속해왔다. 특검 재판이 진행 중이던 3월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삼성전자 해외 법무담당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전무의 글로벌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병철 창업주는 이 전 회장에게 ‘경청(傾聽)’이란 휘호를, 이 전 회장은 이 전무에게 경청과 함께 인재경영의 의지를 담은 ‘삼고초려(三顧草廬)’란 글씨를 물려줬다”며 “이 두 덕목에 어떤 개념을 첨가할 것인지가 이 전무의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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