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휴대전화 국내생산비중 75%→23%로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해외생산비중 77%로 높여 노키아 추격 나서

납품업체 긴장… 삼성 “물량 줄이진 않을 것”

삼성전자가 2007년 50%대였던 한국 내(內) 휴대전화 생산 비중을 올해 20%대까지 줄일 계획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세계 1위인 핀란드 노키아를 추격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 생산에 적합한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전략기지의 활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는 LG전자는 국내생산 비중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신흥국에 공들이는 삼성

동아일보가 입수한 삼성전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휴대전화 생산량 목표 2억 대 중 경북 구미공장에서 4640만 대(23.2%)를, 중국 톈진(天津)과 후이저우(惠州)에서 각각 6400만 대(32.0%)를, 베트남공장에서 1600만 대(8.0%)를 생산키로 했다. 나머지 960만 대(4.8%)는 중국 선전(深(수,천))과 인도 브라질 등의 공장에 할당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2005년 7675만 대를 생산해 이 회사 전체 생산량 1억290만 대의 74.6%를 담당했다. 하지만 이후 △2006년 63.3% △2007년 52.0% △2008년 34.7%로 매년 비중이 줄어들었다. 지역별 생산계획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구미공장 생산량은 2007년(8376만 대)의 절반 수준(55.4%)에 그치게 된다.

삼성전자의 생산거점 변화는 노키아 추격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및 중저가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 톈진 및 후이저우 생산라인을 크게 확대했고, 베트남 생산공장도 지난해 8월 착공해 최근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실제 삼성전자는 북미시장에서 1위에 오른 데 이어 중동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노키아와의 격차를 크게 줄이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노키아와 본격 경쟁하려면 중저가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생산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국내생산 비중을 급격히 낮추지 않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1분기(1~3월)에 삼성전자는 구미공장 가동률을 113%까지 끌어올려 당초 계획을 뛰어넘는 1875만 대를 생산했다.

○비상 걸린 삼성 부품업체

삼성전자의 해외생산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협력업체에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2007년 640억 원 수준이었던 구미공장 납품 규모가 지난해 600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아예 450억 원으로 목표를 낮춰 잡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 베트남공장 계획이 알려진 뒤 현지 진출을 검토하다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다른 협력업체인 B사 관계자도 “우리 회사는 이전부터 노키아 및 모토로라와도 꾸준히 거래해 당장 타격이 크진 않지만, 삼성에 100% 납품하던 업체들은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하다”고 전했다. 김창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전략 변화에 따라 구미 부품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해외 제조사들과의 거래를 추진하는 등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구미공장의 인위적인 생산량 감축에 대해 일단 부인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플레이어 전략’을 추진하면서 중저가 제품 물량이 확대돼 해외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생산의 절대적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비중 높이는 LG

LG전자는 한국 내 휴대전화 생산비중이 2005년 63.8%에서 지난해 41.7%까지 낮아졌지만 올해 다시 50%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글로벌 생산거점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멕시코 생산라인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추가로 해외 생산량의 국내 ‘U턴’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5월 21일자 B3면 참조

노키아 추격을 선언한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당분간 프리미엄급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생산전략의 배경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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