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사들은 고강도 구조조정 펼치는데…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현대·기아차 계열사 노조 15년만에 연대투쟁 결의
“일방적 구조조정 안된다”
車노사관계 먹구름 예고

국내 자동차업계의 노사 관계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에 이어 임금·단체 협상 중인 현대·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노조도 강경한 태도를 보여 노사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15개 계열사 노동조합 대표 20여 명은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그룹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연대 투쟁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강고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현대차 자본의 견실한 경영을 촉구하며 대주주의 사회공헌 약속 이행과 대주주 특정 관계인의 축적된 사재 헌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1994년 ‘현총련(현대그룹 내 노조 연합)’이 해체된 이후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 노조가 연대 투쟁을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노조도 인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임단협에서 현대차 사측은 임금 동결안을 내놓은 반면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침인 기본급 4.9%(8만7709원)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동결 운운하는 사측의 도전적 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28일 울산공장에서 다시 출정식을 갖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도 21일 임금협상 3차 교섭을 했으나 노사 양측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27일 1차 교섭에 나서는 GM대우차 역시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경영난을 들어 임금 동결로 맞서고 있다. 한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해외 경쟁 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데 국내 자동차회사 노조가 고용보장에 임금 인상까지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이 기업 회생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21일 평택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간 쌍용차 노조는 26일 비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 회사 측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라인 야간조를 이달 말까지 휴업에 들어가게 하는 등 임시 휴업을 했으며 직장 폐쇄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해외 경쟁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는 동안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노사 문제에 얽매여 경기회복기에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자동차공학회장)는 “지금 한국 자동차회사의 경쟁상대는 미국의 ‘빅3’가 아니라 일본과 중국 회사들”이라며 “국내 자동차 노조의 강압적이고 불합리한 요구는 노조원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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