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스킨십 중시…한국 회사의 외국인 CEO

  • 입력 2009년 5월 20일 18시 58분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부산공장과 경기 용인의 기흥연구소, 서울 본사 등 전국 9개 본부를 돌았다. 임직원들에게 경영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전망과 위르티제 사장의 시간 관리 비결 등 사장과 직원들 사이에 격의 없는 대화도 오갔다.

●'한국화'로 직원과 소통 시도

2006년 3월 취임해 한국 생활이 올해로 4년째인 위르티제 사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한국 기업이 모태가 된 대형 제조업체인 데다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한 업종이다 보니 외국인 CEO로서는 아무래도 마음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회사다.

위르티제 사장은 철저한 '한국화'로 직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취임 이후 매주 2시간씩 한국어를 공부해 이제 간단한 대화는 한국어로 능숙하게 할 정도. 취임 초기에는 임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고지식하게 '양반다리' 자세를 고집하다 다리가 저려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나간 적도 있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부산공장에서 차세대엔진 생산 성공과 무재해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낼 때에는 직접 두루마기를 차려 입고 나와 돼지머리에 큰 절을 올렸다. 한국 고유문화 체험 수업을 받는가 하면 판문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임원 회식 때에는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회사의 노조에 해당하는 사원대표위원회에는 1년에 세 차례 정기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할 정도로 각별히 신경을 쓴다. 이 자리에서 사원대표위원회 간부들과 8시간 동안이나 논의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노사간 언로가 뚫려 있다는 게 르노삼성차 측 설명이다.

●행사 기념사까지 일일이 통역 통해 듣기도

GM대우자동차와 에쓰오일 역시 한국 기업에서 출발해 '푸른 눈의 CEO'를 맞은 대형 제조업체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위르티제 사장보다 다소 늦은 2006년 8월에 한국에 부임했다. 아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CEO는 올해가 한국 생활 2년째다.

그리말디 사장도 간단한 인사말은 한국어로 할 줄 알지만 대화에 있어서는 그보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스타일. 그래서 한국인 상대가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줄 알아도 통역을 선호한다. 행사에서는 축사나 기념사도 일일이 통역을 통해 듣는다. 직원들과도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년 두 세 차례씩 전국 4곳의 공장을 돌며 전 직원을 상대로 직접 경영환경과 회사 현안을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듣는다. 공장 한 곳의 직원 수가 1만 명이 되는 곳도 있고 주야 교대 근무가 있기 때문에 전국 순회를 한번 마치려면 설명회를 10차례 정도 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베이 CEO는 한 달에 두 세 차례 이상 온산공장을 방문해 현장 직원을 만난다. 각 부문 팀장들과는 매주 돌아가며 점심을 함께 한다. 신입사원 연수기간에는 직접 연수원을 방문해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6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회의 중에 "정말요?"나 "추카추카(축하 축하)" 등 간단한 한국어를 하기도 한다. 회식 자리에서는 "우리는 하나다"라고 구호를 외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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