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제자유구역 중복투자로 제살깎기”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KIEP 보고서
항만물류 3곳-관광레저 6곳서 “중점 추진”
과당경쟁 우려… 차별화 전략 마련해야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부산·진해와 광양만, 황해 등 3곳이 동시에 항만물류사업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등 경제자유구역들의 중복 투자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들끼리 투자가 중복되면 투자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과당경쟁으로 인해 당초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경제자유구역별 차별적 발전 유도방안’ 보고서에서 “경제자유구역별로 차별화된 발전전략이 없고 유치하려는 기업도 특정 업종에 치중되는 등 중복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은 2003년에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이 지정됐으며 지난해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이 추가로 지정됐다. 구역별로 2020∼2030년에 개발이 완료된다.

○ 경제자유구역 차별화 전략 미흡

경제자유구역들은 교육 의료 패션 부품소재 등에 특화한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류, 정보기술(IT), 서비스산업을 포괄하는 복합 개발방식을 채택했다. 이렇다 보니 개발전략을 세우는 단계부터 중복된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등 3곳에서 추진하는 항만물류사업은 각각 부산신항과 광양항, 평택·당진항의 지리적 이점을 살린다는 명분이 있지만 여전히 중복 투자가 우려되는 사업으로 지목됐다. 이미 부산항과 광양항, 인천항, 평택·당진항 등의 대(對)중국 물동량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앞으로 중국시장을 겨냥한 과당경쟁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IT 및 관련 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도 부산·진해,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등 4곳이 동시에 중점 육성분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KIEP는 “자동차부품산업은 기존 자동차산업단지와 연계성이 있지만 IT와 바이오사업은 지역과의 연계성보다는 각자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어 중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지적했다. 관광레저사업은 6곳 모두 중점개발 분야로 선정했다. 각 경제자유구역이 외국인의 정주(定住)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차별화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서로 사업의 경제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KIEP “성과 부진지역 도태시켜야”

해당 경제자유구역청 측은 이런 지적을 일정 부분 시인하면서도 “각각 장점과 입지조건이 다른 만큼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물류사업이 중복된다는 지적에 대해 “예전에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정했지만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별로 하다 보니 각자 항만을 보유하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을 갖고 있는 만큼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IEP는 이번 보고서에서 차별화를 촉진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IEP 관계자는 “현재 승인된 개발계획 중 중복 투자 가능성이 높은 부문은 초기 재정지원을 최소화하고 추진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으로 성과가 낮은 지역 사업을 도태시키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6곳의 경제자유구역 사업에는 2030년까지 국비 10조4920억 원, 지방비 15조7885억 원 등을 포함해 모두 65조9362억 원이 투입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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