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환율 착시’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작년 매출증가 24%…달러 기준으론 5%
LG경제연구원 보고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선진국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선방(善防)하고 있는 것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 때문이란 실증적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원화 약세 효과가 없었다면 한국 기업의 실적은 매우 부진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최근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은 자국 통화인 원화를 기준으로 하면 상당히 양호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미국 일본 유럽 기업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자국 통화 기준 2008년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을 비교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평균 24.3%의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7.8%) 유럽연합(5.4%) 일본(0.5%)보다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달러화 기준으로 바꿔보면 얘기가 크게 달라진다. 일본과 유럽연합 기업들이 각각 14.4%와 13.1%의 매출 증가율을 보인 반면 한국 기업들은 5.1%에 그쳤다.

연구원 측은 “이번 결과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00개의 세계적 기업 중 2007, 2008년의 실적 자료가 있는 1243개 비(非)금융기업을 분석해 얻은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비금융기업 44개사를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분기별 성적표를 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원화 기준으로 13.4%였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23.2%였다. 기준 통화에 따라 무려 36.6%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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