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배달 직접 뛰는 피자헛 사장님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 이승일 사장의 현장 경영

수요일마다 매장 근무

고객목소리 현장 체크

알바생 아이디어 중시

한국피자헛 본사 직원 120여 명은 격주로 수요일마다 집 근처 매장에서 9시간씩 일한다. 지난해 3월 이승일 사장(사진)이 한국피자헛 대표로 부임한 뒤 생긴 회사 방침이다. 이 방침에는 사장도 예외가 없다. 이 사장은 매주 수요일 전국 매장 중 한 곳에서 앞치마를 두르거나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현장경영’을 1년 이상 실천하고 있다.

“어느 업종, 어느 회사든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현장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피자헛 본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가 현장경영에 남다른 철학을 갖게 된 시기는 미국 P&G에서 브랜드 어시스턴트로 근무하던 1986년. “소비자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는 대형마트에 가면 알 수 있어요. 주말마다 마트에 가서 어떤 제품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보는 게 취미였죠.”

그는 태국에서 펩시콜라 아시아지역 마케팅 이사를 지내던 시절에도 2주에 한 번씩 직접 트럭을 운전하며 영업을 했다.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총괄 전무로 일하던 당시에도 한 달에 한 번은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팔았다.

사장보다 매장 아르바이트생이 더 우선이라는 그의 ‘역피라미드 구조’ 이론에 따라 한국피자헛은 길게는 12주까지 걸리던 본사 승인 절차를 과감하게 없앴다. 매장별로 직접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게 전권을 위임하고 본사는 ‘매장 지원 조직’이란 뜻의 ‘RSC(Restaurant Support Center)’로 낮춰 부른다.

처음엔 예고 없이 사장이 매장을 찾는 걸 불편하게 여기던 직원들도 이제는 ‘사장님 배달 나가세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한두 번으로 그치는 생색내기용 방문이 아님을 믿게 된 것. 덕분에 개인적으로 혹은 한 점포 내에서만 알고 있던 노하우들이 본사로 적극 건의되고 있다. 한 직원이 ‘샐러드바의 드레싱 소스를 피자 도(빵 부분)에 발라보니 더 쫄깃하고 맛있다’고 내놓은 의견은 올여름 나올 피자 신제품에 반영됐다. 토마토소스를 정량만 사용할 수 있는 계측기를 개발한 한 아르바이트생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덕분에 한국피자헛은 소스 비용만 연간 7억 원을 아끼게 됐다.

이 사장은 “본사에서 계산기 두드려 내놓는 전략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더 현실에 가깝다”며 “현장을 믿고 지원한 덕분에 불황에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늘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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