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한국기업들 입지 넓어졌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中-日에 끼인 가격-품질

실속소비 추세에 유리

제품 핵심기능 더 강화해야

“‘끼인 신세’를 잘 활용하라. 그것이 곧 경쟁력이다. 품질에서는 일본에 밀리고 가격에서는 중국에 밀려 한국 제품은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샌드위치’ 혹은 ‘넛크래커’ 위기론이 실제로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오히려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LG경제연구원이 5일 이런 취지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 위기의식으로 시장 공략

한국은행과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2%에서 2008년 45%로 늘었다. 한국 기업은 조만간 수출경쟁력을 잃고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일본 소니를 물리치고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LG전자, 현대차 등 다른 국내 주요 기업 역시 달러당 원화 환율이 900원대였던 2007년에도 1조 원 이상의 당기 순이익을 내며 해외시장에서 선전했다.

이 같은 성과는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 일본과 중국을 뛰어넘어야 하는 한국 기업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삼성·LG전자의 TV, 휴대전화는 소니나 노키아의 성능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으로부터 “4만 달러대에서 살 수 있는 자동차 중 최고다. 렉서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위원은 “주로 고가품을 소비했던 계층마저 실속 있고 저렴한 ‘가치 소비’로 돌아서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일본산보다 싸고 중국산보다 품질이 월등히 뛰어난 한국 제품의 시장 입지가 더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올 1분기(1∼3월)에는 원화약세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노키아를 뛰어넘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현대차가 미국차 시장에서 닛산을 추월하고 6위에 오르는 등 ‘깜짝 뉴스’가 이어졌다.

○ 지속 성장하려면

그러나 원화 환율 고공행진에 따른 ‘횡재’는 계속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안정되면서, 경제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끼인 한국’만의 강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핵심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고 △신뢰감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하면서 △집중형 유통망을 구축해 유통부문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개도국 후발기업들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조언했다.

삼성이 ‘소니도 따라할 수 없다’고 자신하는 글로벌 공급망관리시스템(SCM) 구축을 통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얻게 된 것이나, 해외 기업보다 2배 높은 이익률을 올리는 국내 플랜트 기업의 ‘스피드 시공’ 노하우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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