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금융회사 감독권이 뭐길래

  • 입력 2009년 4월 29일 16시 59분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금융회사 감독권이 뭐길래'. 박영균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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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권을 주는 내용의 법개정안에 금융감독원이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은 한은과 조사권을 공유하면 감독 권한이 약화된다며 반대하고 있는 반면, 한은은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 조사권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 중이니 가부간에 결정될 것입니다.

문제는 두 기관 간에 업무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해 12월 한은은 금융감독원에 시중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그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고 합니다. 금융위기의 와중에 금감원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자료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협조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금융감독원도 한은이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문제점이 많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작년 11월 한은이 100억 달러의 수출입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1억5000만달러를 집행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한은이 공무원보다 더 관료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원이 안됐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국회에서도 한국은행의 이성태 총재는 "금융감독원이 '한은이 요청하는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 자료를 받지 못한 일도 있다"고 폭로했고, 김종창 금감원장은 "금감원은 한은이 요구하는 자료 중 79%를 주었지만 한은은 금감원 요구 자료의 60%밖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쪽의 주장을 듣자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들이 금융위기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나 봅니다. 그렇게 협조가 안된다면 한국은행총재와 금융감독원장이 만나 흉금을 터놓고 논의할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이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입니다.

아직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런 형편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져야할 기관들이 긴밀한 협조하기는커녕 얄량한 정보와 자료를 독점하려고 했다니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국회는 조사권을 조정하기에 앞서 이들 두 기관이 반드시 협조하도록 하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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