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해양플랜트로 눈 돌린다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5분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해운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가 급감하면서 조선회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양플랜트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FPSO)와 시추선, 드릴십과 같은 해양 구조물로 ‘바다 위의 공장’으로도 불린다. 해양 플랜트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계 오일 메이저가 발주하기 때문에 선박 부문에 비해 불황을 덜 타는 편이다.

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4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2억 달러)에 비해 61.3% 급감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6억7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산업시설(4억7000만 달러) △발전·담수(9800만 달러) △기자재(6700만 달러) △석유화학(2700만 달러) 등 육상플랜트의 수주액을 넘어섰다.

○선박 ‘흐림’, 해양 플랜트 ‘쾌청’

조선시황 조사기관인 클라크슨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신조선가(새로 만드는 선박 가격) 인덱스는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157포인트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선박 가격이 급락하면서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은 지난해보다 96% 급감한 26척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 조선업체들은 올 들어 선박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

반면 해상 플랜트 부문에선 올해 말까지 로열더치셸이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규모인 50억 달러의 액화천연가스(LNG) FPSO 발주 계약을 국내 업체와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미 FPSO 건조 능력이 있는 국내 조선 3사가 외국 설계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은 6일 보고서에서 “선박 가격이 계속 하락세인 데다 발주도 회복될 기미가 없다”며 “하지만 해양 플랜트 부문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상 플랜트 사업도 진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업체들은 플랜트 사업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5일 세계 최초로 FPSO 전용 독인 ‘H독’을 완공했다. 축구장 7개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인 H독은 상부 플랜트와 하부 선체를 동시에 지을 수 있도록 설계돼 건조 기간을 1개월가량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하부 선체를 독에서 지은 뒤 외부로 옮겨 상부 플랜트를 올리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해양 플랜트 비중이 낮았던 현대중공업이 H독 완공을 계기로 해양 플랜트 사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LNG-FPSO를 설계·시공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선박 발주가 뚝 끊어진 올해 초에도 삼성중공업은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LNG-FPSO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셰브론에서 49억 달러짜리 고정식 플랫폼을 수주해 최근 인도하는 등 해양 플랜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3사는 호주 고르곤 지역의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는 등 육상플랜트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에 연기됐던 자원 부국들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하반기에 재개되면서 올해 상반기 부진했던 전체 플랜트 수주 실적도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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