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창조경영 지평 여는 조타수들

  • 입력 2009년 4월 1일 07시 19분


▼오지철 관광공사 사장 지자체 차별화된 축제로 상품가치 높여▼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남들이 흔히 은퇴하는 60세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했다. 최근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것. 지난달엔 아르헨티나, 도미니카공화국, 코스타리카 등 남미 지역의 UNWTO 집행이사국들을 돌며 ‘표밭’을 다졌다.

33년 공직 경험의 오 사장이 왜 이런 도전을 했을까. 그는 “사무총장에 선출되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며 “당선된다면 한국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선거는 154개 회원국 중 31개 집행이사국만이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투표권이 있다. 올해 5월 7일 아프리카 말리에서 열리는 집행이사국 회의에서 과반수인 16표를 먼저 얻는 후보가 당선되며,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당선이 승인된다.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다.

오 사장은 한국이 관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개선할 점들을 꼽았다.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와 수용태세 개선뿐 아니라 업계의 창의적 발상,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각 지방에서 연간 1000여 개의 축제가 열리고 여기에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지출되고 있지만 지방마다 차별성이 부족하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볼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광공사는 최근 환율 상승으로 한국 관광 상품의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을 십분 활용했다. ‘가격 절반, 기쁨 두 배’란 슬로건을 활용한 방한 캠페인으로 올해 1, 2월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56%나 증가해 외화 획득에 기여하고 있다.

오 사장은 “한 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다시 한국에 오게 하려면 신뢰와 정직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 모두가 관광산업의 첨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손욱 농심 회장 고객 불만-제품 불량 없게 조직 혁신▼

‘6시그마 전도사, 한국의 잭 웰치….’

삼성SDI 사장 시절부터 손욱 농심 회장을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그만큼 고객 불만이나 제품 불량에 신경을 쓰는 손 회장은 농심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사내 모든 조직에 대한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갔다.

취임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3월 ‘새우깡’ 이물질 사건이 터지자 손 회장은 직접 나서서 ‘고객 안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손 회장이 직접 제안해 시작된 ‘핫라인’도 이즈음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손 회장과 경영진이 하루 2시간씩 직접 고객 상담 전화를 받고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손 회장은 ‘고객 안심 프로젝트’를 단순히 불량이나 문제 발생을 억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음식문화 전반을 발전시키는 데까지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식품 연구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산학 협력을 통해 식품 안전 코디네이터를 육성하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식문화원을 열어 전 세계 음식문화 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이나 올바른 음식문화, 식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손 회장의 올해 목표는 ‘3Ten 경영’이다. 지난해 1조7000억 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2조 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10% 성장, 이익 10% 달성, 원가 10%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하루 24시간을 일에 투자할 것 같은 손 회장이지만 직원들은 손 회장을 ‘따뜻하고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할 정도로 ‘열린 성품’을 가졌다고 전한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e메일을 주고받는 등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함께 대화를 해 보면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는다. 또 평소 ‘책을 가마니로 읽는다’고 할 정도로 독서량이 많은 것도 손 회장의 장점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용주 행남자기 회장 흙-불 만나 도자기 만들듯 노사 화합▼

도자기업체인 행남자기의 사훈(社訓)은 ‘협심동력(協心同力)’이다. 창업주 고(故) 김창훈 회장 이래 행남자기는 전 임직원이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하는 ‘인화경영’을 중시해 왔다. 현 행남자기 회장인 김용주 회장 역시 ‘인화’에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도자기는 흙과 불의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흙과 불이 만나 알맞은 온도가 되어야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행남자기 경영도 노사를 떠나 모두가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회장의 인간중심 경영은 행남자기의 제품 생산과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인재 투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일찍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명 작가와 디자이너를 도자기 제품 개발에 참여시켰다. 이렇게 만든 것이 행남자기의 ‘디자이너스 컬렉션’이라는 명품 브랜드다.

김 회장의 화합경영을 뒷받침하는 행남자기의 주요 경영인이 노희웅 사장이다. 노 사장은 1974년 행남자기에 입사해 현재까지 행남자기를 지킨 회사의 산증인이다. 노 사장은 김 회장의 ‘인화경영’에 ‘펀(fun)경영’을 접목시켰다. 직장이 즐겁지 않으면 임직원 사이의 화합도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에 따라 본인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경영진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가깝게 다가서는 경영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사장은 임직원과 만나는 모든 자리에서 웃는 ‘스마일 사장’으로 유명하다. 본인이 먼저 웃고, 그 웃음의 에너지를 사내에 전파하겠다는 것이 노 사장의 지론이다. 또 그는 사내 동호회 활동 장려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등 행남자기의 ‘협심동력’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종신 한수원 사장 원전 핵심기술 국산화해 수출 추진▼

‘원자력 발전으로 녹색성장 이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끈다는 비전을 세웠다. 정부 방침에 부합하면서 한수원 고유의 설립 목적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수원은 2016년까지 원전 8기를 짓고, 2030년까지 10여 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화석연료보다 원자력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은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1억 t 정도 탄소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은 생산단가도 kW당 평균 39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한수원은 또 원전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완전한 기술독립을 이룬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출 전략형 신형 원전(APR+)의 설계코드 같은 핵심 기술도 모두 국산화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대비해 원전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인 전남 영광군 솔라파크(3MW급)를 완공한 데 이어 올해는 부산 지역에서 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60MW 규모의 경기 가평군 청평 수력발전소 증설사업도 최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월성, 영광, 울진 등 4개 발전본부 모두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해 탄소배출권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현재 535MW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2015년까지 2000MW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37개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년)에 1990년 대비 평균 5.2% 줄여야 한다. 여기에서 한국은 제외돼 있지만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하는 ‘포스트(post) 교토’ 체제에선 한국도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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