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해체, 유통-금융 연합회 체제로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정부, 신용-경제 분리… 법개정안 연내 국회 제출

연합회안에 지주회사 설립해 경쟁력-전문성 강화

농협중앙회가 해체되고 경제사업(농축산물 유통) 중심의 ‘전국 농협경제연합회’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농협중앙회 기능 가운데 상호금융 부문은 ‘상호금융연합회’로 분리해 경쟁력을 높인다.

▶본보 3월 14일자 A8면 참조
[뉴스브리핑]농협중앙회 해체후 연합회 전환 유력 검토

정부가 농협 개혁을 위해 민관 전문가로 구성한 농협개혁위원회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협중앙회 신용·경제사업 분리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신·경 분리’ 관련 농협법 개정안의 기본 토대가 된다. 정부는 이 내용을 토대로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올해 초 농협개혁위가 발표한 지배구조 관련 개혁안을 토대로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혁

농협개혁위의 개혁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일선 농가에 실질적 혜택을 주는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농협경제연합회로 전환된다. 농협경제연합회 아래에는 농협경제지주회사를 둬 사업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농협경제지주회사에 농협 경제사업의 전략기획, 자회사 관리, 경제사업 지도 등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김완배 농협개혁위 위원장은 “경제지주회사가 다양한 경제사업 자회사를 두고 경영을 함으로써 경제사업의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할 것”이라며 “농가의 농산물 수취가격비율을 지금보다 10%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회사에는 현재 농협중앙회의 모든 자본금을 물려받는 전국농협경제연합회가 100% 출자한다. 약 12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연합회의 자본금 중 5조3000억 원을 농협경제지주회사에 배분한다.

○ 금융지주회사도 설립

신용 부문은 전국농협경제연합회로부터 출자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분리된다. 은행 부문과 금융 자회사들을 함께 묶어 떼어내면서도 지주회사 구조를 택해 외부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이게 한 것. 다만 상호금융 부문은 별도로 떼어내 회원조합이 직접 출자한 ‘상호금융연합회’ 아래 두기로 했다. 상호금융은 회원조합들이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신용사업이다. 전국농협경제연합회는 농협경제지주회사에 배분하고 남은 6조9000억 원 가운데 8000억 원을 먼저 상호금융연합회에 우선 출자한다. 남은 6조1000억 원은 금융지주회사에 출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농협이 주장하는 개혁안과 대조적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자본금을 금융지주회사에 먼저 출자해 분리하고 나머지 자본금으로 농협경제지주회사에 출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 가능할까

농협개혁위는 이번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과 ‘경쟁력과 전문성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중앙회를 연합회로 전환한 것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경제연합회와 상호금융연합회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운영해 회원조합의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혁안이 실현되면 연합회는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에는 지주회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간여하고 회원 조합 교육 및 지도사업에 주로 힘을 쏟게 된다. 신용사업을 금융지주회사로 분리한 점도 당면한 경제위기에서 농협경영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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