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CEO 바꾸면 득? 실?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 비즈니스위크 효과 분석

‘장군을 바꾸면 지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릭 왜거너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의 사임을 놓고 미국 경제계에서 수장의 교체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왜거너 회장은 이미 지난해 GM 파산설이 불거졌을 때도 이사회의 지지 속에 회사의 비상경영체제를 계속 지휘해 왔던 인물. 그런 그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 앞에 결국 물러나면서 위기 시 경영자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31일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 득실을 분석했다.

○ 나가라 vs 남아라

회사가 존폐 위기에 직면했을 때 CEO 교체는 경영 상태를 악화시킨 것에 대한 책임론 차원에서 이뤄진다. 새 인재를 리더로 기용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목적도 있다. 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경우에도 인수합병(M&A) 이후의 새 CEO 선임은 불가피하다. CEO 사임 찬성론자들은 “문제는 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시기”라며 “왜거너 회장의 경우 회사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이사회가 더 빨리 잘랐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글로벌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진 것도 이사회의 안이한 인식 때문에 무능한 책임자들을 제때 자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교체 반대론자들은 후임자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해임은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이미 벌어진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떠나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상황을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의 지휘권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는 것. 기업 위기경영 전문가인 에릭 에즌홀 씨는 “기존 CEO가 갑자기 사라지면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다음은 자기 차례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복지부동 자세를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경영은 문제의 CEO를 해고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에서 손을 떼어버리는 것만이 결단처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GM 회장의 갑작스러운 교체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가 요구해 온 왜거너 회장의 각종 자구책이 이미 시장에 공개된 상태에서 향후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번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CEO 수난사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수장 교체는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이어져 왔다.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메릴린치의 존 테인, AIG의 마틴 설리번 CEO 등 월가(街)의 리더들이 경영 책임론에다 ‘보너스 잔치’의 부도덕성에 대한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물러난 CEO로는 지난해 11월 야후의 제리 양 CEO가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 회사를 더 어렵게 했다는 비난 속에 오토데스크의 여성 CEO였던 캐럴 바츠 씨에게 자리를 뺏겼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푸조시트로앵의 크리스티앙 스트리프 CEO가 2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일자리 보존을 위한 지원 지금을 받았는데도 구조조정을 강행하다가 내부 반발을 샀다. CEO가 바뀌었다고 해서 회사가 회생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예를 들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앤절로 모질로 CEO가 물러난 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지만 BoA가 흔들리면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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