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건설업계 ‘친환경’엔 통큰 투자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인재영입 - R&D센터 건립… 구조조정 예외 분야로

경기침체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건설업계에도 ‘구조조정 예외 분야’는 있다. 바로 친환경건축 연구개발(R&D) 부문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친환경 R&D 분야의 조직을 늘리고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등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감축과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환경 부문에서는 ‘확장 지향형’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외국인인재 영입… 관련 조직 확대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친환경 건설 분야의 전문가인 핀란드 VTT 연구소의 요르마 삐에띨레이넨 수석연구원(60)을 다음 달부터 고문으로 영입한다. 삐에띨레이넨 고문은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다양한 친환경 R&D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건설 측은 “올해 대부분의 부서에서 감축작업이 진행됐지만 해외영업과 친환경 에너지 부서는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사내 미래기술전략위원회에서 친환경 미래주택 개발을 회사의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롯데건설이 내년에 강원 원주시에 건립하는 ‘친환경기술 연구센터’에는 △에너지 효율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재료 등 7개 실험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채용한 연구인력들을 △신재생에너지팀 △환경팀 △바이오에너지팀 등 R&D 분야에 집중 배치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에코 3리터 하우스(ECO-3L House)’ 기술의 사업화를 담당하는 그린사업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기술은 1년에 m²당 3L의 연료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게 목표다.

○ 그린홈이 미래 주택시장 성패 결정

건설사들이 불황 속에서도 친환경건축에 대한 R&D 투자를 줄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의 ‘그린홈 100만호’ 정책이 꼽힌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일반 가정의 에너지 자립도 향상 등을 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주택을 대거 보급한다는 계획. 그린홈의 구체적인 기준은 올해 6월 말경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그린홈 기준을 충족시킬 기술력을 갖춰야만 미래 주택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그린홈 정책은 한국 주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술력이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이사는 “과거 건설사들이 디자인과 브랜드를 놓고 한바탕 격전을 치렀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기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경제여건이 안 좋아도 친환경 R&D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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