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축통화서 밀려나면 큰 혼란”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 美 통상전문가 오핼로란 인터뷰

“세계 각국 달러표시 채권 보유

가치 급락 아무도 원하지 않아

미국에 재정개선 압력 커질것”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는 계속 유지되겠지만 미국 정부에 대해 앞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달러화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건전한 재정정책을 펴라는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통상 전문가인 샤린 오핼로란 미 컬럼비아대 교수(정치경제학·사진)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계기로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핼로란 교수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보전해온 미국으로서는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 것을 그냥 놔둘 수 없다”며 “1조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쌓아놓은 중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달러화 표시 채권을 갖고 있어 다른 나라들도 달러화가 기축통화 자리에서 밀려나 가치가 급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달러화 지위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다음 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논란과 관련해 오핼로란 교수는 “자유무역과 개방은 세계경제 성장은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경제의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아직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의 불투명한 통상정책 때문에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멕시코 트럭의 미국 내 운행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자 멕시코 정부는 이에 맞서 90개 미국 제품에 대해 10∼4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은 미국이 닭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핼로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는 전적으로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기축통화 보유국으로서 G20은 물론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신흥개발국의 주장이나 저개발국의 지원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제사회의 논의를 이끌어가려는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파괴적인’ 경쟁관계가 아닌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이 세계 경제성장은 물론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시기에 대해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정책, 금융권 부실자산 매입 등의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 이전에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핼로란 교수는 세계은행의 국제금융그룹(IFC) 자문역을 지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때 멕시코 정부의 협상 자문에 응하기도 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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