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타결 임박… 車업계 손익계산 분주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車관세 폐지땐 한-미 FTA의 4배 효과”

가격 경쟁력 앞세워 유럽시장 진출 예상

수입업계 “대형차 국내 점유율 높아질 것”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임박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협상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물론 수입차 업계도 FTA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1474만여 대로 미국(1319만여 대)보다 시장 규모가 컸다. 지난해 한국이 EU에 자동차를 수출한 금액은 54억 달러인 반면 EU는 한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21억 달러에 그쳤다.

한-EU FTA 자동차 분야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관세 철폐. 한국의 수입 관세는 8%지만 EU는 10%다. 산술적으로 관세 폐지에 따른 효과는 한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럽 자동차 업계는 한국과의 FTA 체결에 반대해 왔다.

양측은 최근 협상에서 배기량 1.5L 이상 가솔린 모델과 2.5L 이상 디젤 모델은 3년 내에, 1.5L 미만 가솔린 모델과 2.5L 미만 디젤 모델은 5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EU의 수입 관세가 미국(2.5%)에 비해 4배나 높다”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EU가 관세를 폐지하면 한미 FTA 체결 효과에 비해 수치상으론 4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EU가 미국 일본과 당분간 FTA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EU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내다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EU에 30여만 대의 차를 수출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엔 EU가 아직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지만 FTA가 체결되면 미국 시장 수준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등 부품업체도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중·소형차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에는 소형차 관세 철폐 유예기간이 더 길다는 점은 다소 불리한 점으로 꼽힌다. 또 최근 현대·기아차가 유럽 현지화로 서유럽 수출 비중이 낮다는 점을 들어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한-EU FTA 체결은 궁극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종엔 긍정적이지만 과거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서유럽 수출 비중은 12%, 기아차는 10.8%였는데 올해는 현대차 체코 공장의 가동으로 수출 비중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지역 수입차 업계는 상대적으로 관세 폐지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큰 대형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국이 EU의 자동차 기술 표준을 인정하고 배출가스 기준도 일정 기간 완화해 주기로 한 데 주목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잠정 합의 내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들여오지 못한 다양한 차를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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