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체결 내달초 G20서 공식선언 사실상 합의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공산품관세 5년내 완전히 철폐

‘made in EU’ 대신 국가명 표기

23, 24일 서울협상 관세환급 문제 등 마지막 쟁점 조율

정부가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을 공식 선언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남은 쟁점에 대한 최종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본보 16일자 A1·3면 참조

“한-EU FTA, G20서 타결선언하자”

세계 최대시장과 자유무역 ‘악수’… 한미FTA에 자극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16일 “한국과 EU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한-EU FTA 타결을 발표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23,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8차 협상은 그간 합의된 사항을 정리하고 남은 쟁점을 일괄 타결하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교섭본부 등에 따르면 양측은 관세 철폐 기간 등 주요 사안에서 대체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며 관세 환급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서만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 한미FTA보다 개방폭 더 커

한국과 EU 협상팀은 2007년 5월부터 7차례에 걸친 협상과 실무자 협의 등을 거치면서 의견이 엇갈렸던 관세 문제와 관련해 ‘FTA 발효 후 5년 안에 철폐’라는 큰 틀에 합의했다.

EU는 3년 안에 품목 수 기준으로 99%의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고, TV와 자동차 등 나머지 1% 품목의 관세는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도 EU 공산품의 관세를 3년 안에 96%, 5년 안에 원칙적으로 모두 없애기로 했다. 다만 일부 민감품목에는 ‘7년 내 철폐’ 방안을 제시해 EU 측의 양해를 구할 방침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한미 FTA에서 미국이 3년 안에 전체 공산품의 91%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한-EU FTA의 개방 폭이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던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도 합의가 이뤄졌다. 배기량 1500cc를 초과하는 중·대형 자동차는 3년 안에, 1500cc 미만 소형차는 5년 안에 관세가 없어진다.

현재 한국은 EU산 자동차에 평균 10%, EU는 한국산 자동차에 평균 8%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관세가 없어지면 5000만 원짜리 EU산 자동차는 이전보다 평균 500만 원가량 싼 값에 한국에서 팔리고, 같은 가격의 한국산 자동차는 EU 시장에서 평균 400만 원 싸게 팔린다.

○ ‘EU산(made in EU)’ 표기는 불가

‘made in EU’ 표기를 허용해 달라는 EU 측의 요구는 원산지 표기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었지만 결국 EU 측이 포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독일, 프랑스 등 나라별로 생산지가 표기된다.

한국 정부는 EU의 요구를 수용하면 국내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동유럽산 제품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made in EU’ 카드에 맞서 한국 정부가 제안했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방안은 한미 FTA 때와 마찬가지로 FTA가 발효된 뒤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계속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동차 기술표준은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이 EU산 자동차가 채택하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안전기준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 관세 환급 타결 가능성

협상 타결을 선언하는 시점까지 결정된 상황이지만 ‘관세 환급’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기업에 원자재 수입관세를 돌려주고 있으나 EU는 자국(自國)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이 문제에 관해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서울에서 열릴 8차 협상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EU FTA 타결이 공식 선언되면 한미 FTA가 규정한 ‘최혜국 대우’ 조항 때문에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미 FTA의 비준동의안 처리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조항은 한미 FTA가 발효된 뒤 한국이 다른 나라와 통상협정을 맺을 경우 이 협정의 가장 유리한 혜택을 미국에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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