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독립선언? 美증시 추락에도 꿋꿋

  • 입력 2009년 3월 6일 23시 40분


미국 발(發) 악재로 장 초반 '블랙 프라이데이'의 우려까지 나오던 국내 증시가 6일 소폭 하락에 그치며 선방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한국 증시는 급락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 코스피 1000선이 국내 증시의 바닥이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미국 유럽 등과 탈(脫)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환율 효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발 악재가 곳곳에 널려있는데다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가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게 되면 국내 증시는 1000선 이하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시, 나 홀로 안정세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전날 미국 뉴욕증시의 급락에 따른 심리적인 영향으로 2%이상 떨어지면서 하락세로 출발했다. 뉴욕 증시는 중국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은데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전날 4.09% 폭락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600원 가까이 오르다가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고점 대비 50원 가량 급락하자 코스피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환율 1600원선을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전체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지는 지점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날 외국인은 전날 18거래일 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가 매도세로 전환, 345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기관은 투신권을 중심으로 974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이날 코스피는 초반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하면서 전날보다 3.15포인트(-0.30%) 떨어진 1,055.03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일본 증시는 미국 증시의 급락의 영향으로 3.5% 내렸다. 중국도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은 데에 따른 영향으로 1.26% 떨어졌다.

●엔화 약세에 주목해야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뉴욕 증시와 달라진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앞선 5일에도 밤사이 뉴욕 증시가 2.2%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0.1% 내렸다. 4일과 3일에는 뉴욕 증시가 0.6%와 4.3% 내렸지만 코스피지수는 3.3%, 0.7%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1050선을 중심으로 버티는 게 높아진 원-달러 환율 때문으로 보고 있다.

CJ투자증권 조익재 센터장은 "한국의 환율이 연초 대비 20%이상 상승하면서 수요가 위축된 가운에서도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 등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점이 현재 국내 증시의 기본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금융주 편입비율이 19%로 코스피(14%)보다 많은 것도 두 증시가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금융주가 불안한 가운데 금융주 비중의 차이로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덜 빠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1000선이 국내 증시의 바닥이 아니냐는 일각의 분위기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성진경 팀장은 "미국 포드사 부실우려, 고용지표 부진 가능성 등 미국 발 악재가 남아있는데다 엔화의 약세로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증시가 1000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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