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자”… 자동차 할인 또 할인- 항공사 서비스 ‘감량’

  • 입력 2009년 3월 4일 03시 01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 전반에 휘몰아치고 있는 한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생존전략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특히 덩치가 큰 자동차업계와 항공업계에서 이 같은 노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긴축경영으로 관리비용을 줄이는 건 기본이고 인력 및 사업장을 축소하는 극약처방도 불사한다. 또 각종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어 보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항공기 내 화장실을 유료화하는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없애는 곳도 있다. 》

자동차업계 “고객 지갑 열어라” 파격 세일

무이자 할부 확대… 최대 500만원 깎아줘

국내 자동차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차량 할인도 계속되고 있다. 불황 탈출을 위한 소비자 대상 마케팅이다.

3월에는 할인 폭도 더 커지고 각종 이벤트도 풍성해 지난달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차를 살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월에 워낙 판매가 부진해서 2월 판매 실적이 좀 오르긴 했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어렵다”며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소비심리를 더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류비 최대 200만원 지원

현대자동차는 3월 한 달간 승용차는 최대 100만 원, 레저용차량(RV)은 최대 150만 원까지 깎아준다. 할부 금리도 지난달보다 최대 1%포인트 낮췄다.

‘쏘나타 트랜스폼’의 경우 지난달 연 6.0% 금리에 80만 원 할인 조건으로 팔았지만 이달에는 연 5.0% 할부 금리에 100만 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지난해 3월 쏘나타 할인혜택이 10만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아자동차는 ‘로체 이노베이션’ 가솔린 모델과 ‘모하비’ ‘카렌스’를 각각 100만 원, 150만 원, 30만 원 할인 판매한다. 지난달에 비해 로체와 카렌스는 10만 원, 모하비는 50만 원정도 할인 폭이 커졌다. ‘쏘울’ 고객도 지난달보다 10만 원 늘어난 30만 원을 할인받는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달의 할인 혜택에 20만 원 유류비 지원을 더했다. ‘SM7’을 현금 또는 정상 할부로 사면 100만 원을 깎아주고, 저리 할부로 사더라도 70만 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 할부 금리 부담도 가벼워졌다. SM7을 최대 36개월 할부로 살 때 적용되는 금리가 기존 연 7.9%에서 6.9%로 내려갔다.

GM대우자동차는 ‘윈스톰’을 160만 원, ‘토스카’는 60만 원, ‘마티즈’는 30만 원, ‘라세티’는 20만 원 싸게 판매한다.

쌍용자동차는 차종에 따라 최대 200만 원의 유류비를 지원한다.

○ 봄맞이 이벤트로 추가 할인 혜택

업체가 제공하는 기본 할인에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이벤트를 활용하면 추가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GM대우차는 ‘희망 프로젝트’ 행사를 벌여 다자녀 가구와 신혼부부, 신규 취업자와 창업자 등에게 최대 30만 원까지 추가로 차 값을 깎아준다.

르노삼성차도 신혼부부나 신규 창업자 등에게 20만 원을 추가 할인해준다.

현대차는 ‘사랑나눔 행복이벤트’ 일환으로 올해 자녀를 낳은 고객이나 1989년 이후 출생한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에 30만 원까지 추가 할인을 해준다.

기아차는 이달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30만 원을 더 깎아주는 ‘그린 패밀리’ 행사를 벌인다.

수입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3월 한 달간 주요 차종을 대상으로 취득세, 공채, 1년치 자동차보험료 등을 지원한다. 각종 혜택으로 ‘300C 2.7’은 차 값의 20%인 912만 원을 뺀 3648만 원에 살 수 있다. 할인 혜택은 2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에 이른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항공사들 “원가 절감” 서비스 잇따라 축소

비행기표 택배 중단… 무료 수화물 양 줄여

글로벌 경제위기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외 항공업계가 구조조정과 서비스 축소에 속속 나서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서비스를 줄곧 내세워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기존의 여객 서비스를 줄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원화가치가 계속 하락해 국내 항공업계의 움직임은 더욱 숨가빠지고 있다. 불황 극복을 위한 항공사들의 서비스 줄이기 경쟁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소비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국내 항공사 프리미엄 서비스 접기

여객 서비스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양대 항공사는 원가 절감을 위해 서비스 수준을 낮추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6월부터 국내선 승객에게 제공해 온 ‘공시 할인운임 환급’을 없애기로 했다. 공시 할인운임 환급은 국가유공자 등이 발권 당시 할인 혜택을 못 받았더라도 1년 내에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환급에 따른 카드 수수료와 관리비를 절감하고 부정 이용객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말부터 국제선 항공권을 고객에게 택배로 보내 주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터넷 발급서비스가 생긴 데다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양사는 무료 수화물 허용무게도 낮췄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 승객의 무료 수화물 무게를 지난해 11월 20kg에서 15kg으로, 대한항공은 미국 등 일부 노선의 수화물 허용량을 32kg짜리 두 개에서 23kg짜리 두 개로 줄였다.

한편 최근 아일랜드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탑승수속 데스크를 줄이기로 한 데 이어 기내 화장실까지 유료화하기로 했다. 승객들은 “항공권 발권을 위해 긴 줄을 서야하는 것도 모자라 용변도 돈을 내고 해결해야 하느냐”며 항공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 외국 항공사 인력-노선 구조조정

상당수 항공사들은 여객 서비스 축소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인원, 노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블루항공은 경영난 극복을 위해 직원 400명을 해고하고, 임원 연봉을 최대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5대를 운항중단하고 전체 수송능력도 8% 줄이기로 했다.

국내 양대 항공사가 경쟁상대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항공도 4월부터 수송능력을 11% 줄이기로 하고, 항공기 17대의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최대 항공사인 아르헨티나항공은 막대한 부채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아예 국유화하기로 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화물수송 세계 1위인 대한항공은 올해 화물기 공급량을 지난해보다 6% 줄이기로 하고 일부 화물기의 운항횟수를 줄일 예정이다. 여객부문에선 이달 29일부터 △인천∼댈러스 노선 주 4회에서 3회 △부산∼마닐라 주 4회에서 2회 △인천∼오클랜드 주 7회에서 5회 등으로 각각 감편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부터 △인천∼푸껫 주 7회에서 4회 △인천∼방콕 주 14회에서 11회 △인천∼사이판 주 11회에서 7회 등으로 각각 줄일 계획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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