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주로 외부 악재에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신흥국가의 금융위기가 확산됐고 미국에선 GM의 파산 가능성이 불거졌다.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 금융기관이 해외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일조했다. 주식시장도 한 주간 10% 넘게 하락하며 1,100 선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하나같이 굵직굵직한 악재들이고 앞으로의 행보를 단언할 수 없어 더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이를 3월 위기설로 표현하는 것 같다. 국내 외화유동성의 충격을 동반할 수 있다는 3월 위기설은 과장된 면이 크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2∼3월에 외화차입금 만기도래 규모는 104억 달러, 2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도래 규모는 245억 달러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에서 12월까지 국내 은행이 400억 달러의 외화차입금을 상환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3월에 만기 도래하는 104억 달러는 충분히 상환 가능한 규모이다.
물론 내부사정이 아니라 해외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진다면 단기간 충격이 불가피하다. 동유럽 국가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한다면 신흥국가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고, GM이 파산을 신청한다면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 버락 오바마 정부가 보호무역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기 주가 흐름은 해외뉴스에 일희일비할 수 있다. 아직 주가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추가 조정에 무게가 실린다.
단기적으로 살펴볼 점은 첫째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 둘째 동유럽 국가의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 셋째 미국 GM과 금융기관 처리 방향이다. 이들 변수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면, 패닉과 투매는 아니더라도 시장은 또 한 번의 시련을 거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미국 주택지표와 일본의 1월 산업생산 동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12월)과 신규 및 기존주택판매(1월) 지표가 발표된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은 미국 내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발표하는데, 지난해 11월에는 무려 1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및 기존주택판매도 계속 감소하는 상황인데, 1월 판매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궁금하다.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