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NAFTA 재협상’서 후퇴?

  • 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함께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명예의 홀’을 걷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첫 외유지로 캐나다를 택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함께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명예의 홀’을 걷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첫 외유지로 캐나다를 택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한미FTA 지지하되 자동차 등 재협상 필요” 발언

“추가협상 메시지” “선거기조 바꾼것” 해석 갈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탈퇴 용의까지 밝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들은 선거용이었을까, 아니면 신념이었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19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으로 캐나다를 하루 동안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NAFTA 재협상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먼저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자고 강조했다.

“지금은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어떤 신호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해야 하는 때다. 모든 나라에서 강한 충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경제대국으로서 (미국은) 무역이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란 믿음을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서 NAFTA 재협상론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톤으로 말했다.

“NAFTA에서 노동, 환경 조항은 부속 합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만약 그 조항들이 당시 실제로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본문에 삽입됐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캐나다든 멕시코든 관련된 모든 나라가 노동자의 처우와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희망은 양국 참모들이 함께 협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캐나다 간 매우 중요한 무역관계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를 바란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추가 협상 개시를 요구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대다수 미국 전문가와 언론은 “선거 때의 기조를 확 바꿨다”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발언은) 그동안 ‘오바마 후보의 NAFTA 비판은 노조 지지를 구하기 위한 선거용 발언’이라는 지난해 캐나다 관리의 정보 보고를 떠올리게 해 준다”고 논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선거 때 발언을 실제 무역장벽으로 연결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논평했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후보의 발언은 강경했다. “잠재적 탈퇴 가능성이란 쇠망치를 노동, 환경 조항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며 탈퇴 용의까지 천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바이 아메리칸’ 논란에 대해서도 “(그 조항이 삽입돼 있는) 경기부양책이 통과되기 전부터 나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NAFTA에 대해 지고 있는 의무와 일치해야 한다고 명백히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국제무역 기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해명인 셈이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가는 “노동, 환경 조항 강화는 민주당이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에 적용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이 문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오늘 발언은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자유무역은 지지하되 자동차 부문 등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방침에서 변화가 없을 것임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NAFTA는 1992년 말 타결됐지만 미 의회의 반발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후 노동, 환경 관련 조항을 추가해 통과됐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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