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갔다온 코스닥, 기관 매수로 ‘후끈’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싼맛 입질-테마장세… 넉달만에 400선 돌파

코스닥 시장이 올 들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16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7.18포인트(1.81%) 오른 402.87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가 400 선을 넘어선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7일(401.95) 이후 처음이다.

최근 코스닥의 과열 현상은 작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지수 상승의 원인을 기업 실적개선 등 시장 본연의 매력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 자금줄 마른 기관, 값싼 주식 입질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10월 8일 400 선 아래로 내려가 같은 달 28일엔 장중 사상최저치인 245.06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위험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일부 기업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탓이 컸다.

그러나 코스피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1,100∼1,200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연일 상승을 거듭하며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의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2일까지 지수 상승률은 코스닥이 16.2%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3.5%)에 이어 세계 43개 지수 중 2위였다.

일등공신은 단연 기관투자가다. 기관은 올 1월 2329억 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2월(4555억 원)과 바이오 열풍이 불던 2005년 11월(2555억 원)에 이어 역대 월별 순매수 규모 3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주식형펀드의 환매 현상으로 잔액이 줄어들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여력도 위축됐다”며 “이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은 작년에 NHN, 아시아나항공, LG텔레콤 등 대표주들이 빠져나가면서 규모상 보잘것없는 ‘꼬마 시장’이 돼 버렸다. 투자자들이 우량기업이 많아서보다는 적은 돈으로 높은 이익을 내는 ‘수익률 게임’을 하러 몰린다는 것이다.

○ 쉽게 오른 만큼 쉽게 떨어질 수도

코스닥의 부상은 한국 및 미국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 수혜주가 이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한 달만 해도 ‘재생에너지주(株)’ ‘통신장비주’ ‘4대강(江)주’ ‘녹색뉴딜주’ 등 매우 다양한 ‘테마 장세’가 연일 시장에서 창출돼 주가를 밀어 올렸다.

우리투자증권은 “정부 정책에 따라 개별종목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봤을 때 단기 상승목표치는 430∼450 선”이라고 전망했다.

하도 많이 떨어져서 많이 오르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중국 증시의 반등도 이와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지난해 1,700 선까지 빠졌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일 2,389.39까지 올라 2,400 선을 바라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코스닥 시장이 모래성이나 버블이라고 쉽게 단정하진 못하지만 ‘가볍게 올라간 주식은 가볍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이런 장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투자를 했다면 점차 수익을 실현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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