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우유’ 품질 논란, 커피·세제로도 확산

  • 입력 2009년 2월 15일 18시 33분


이마트가 최근 모든 점포에서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생산하는 이마트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우유의 판매를 중단함에 따라 촉발된 PL 제품의 품질 논란이 세제와 커피 등 다른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본보 9일자 B1면, 13일자 A12면, 14일자 B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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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PL 제품이 유통 마진만 줄였을 뿐 제조회사들의 고유 제품과 '동급 품질'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이들 제품 제조회사들은 이와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로써 그동안 각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 제품(일반적으로 PB·Private Brand. 단 신세계만 PL이란 명칭 사용)의 품질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PL 제품 가격 낮추기 백태

국내 생활용품 업계 1위인 LG생활건강은 1990년대 초반 생산을 중단했던 '한 스푼' 세제를 2007년부터 이마트 PL 상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 제품을 생산만 하고 제품 개발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직접 개발하고 만드는 '테크' 세제의 살균 효과는 일반 세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며 "이마트 한 스푼은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이상 살균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마트 PL 제품으로 판매됐던 '이마트 센서블 샴푸'를 생산한 애경도 자체 브랜드와 이마트 PL 브랜드가 생산 공장은 같지만 제품 성분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애경 측은 "이마트 PL 제품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급 성분을 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식품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쌀과자인 '이마트 쌀로 빚은 별'을 생산하는 기린은 '쌀로별' 등 자사 쌀과자는 국산 쌀과 중국산 쌀을 절반씩 사용하지만 이마트 쌀과자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100% 중국산 쌀을 이용한다.

기린 관계자는 "이마트 납품 과자를 같은 공장 라인에서 만들긴 하지만 양념 등에 차이를 두기 때문에 맛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압박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PL제품을 만들다보니 맛 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며 "기술개발 소홀 배경으로는 PL제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자체 브랜드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제품 제조사들의 이 같은 '영업비밀' 공개와 관련해 "자사 독자제품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그동안 유통업체의 힘이 얼마나 세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일부 PL 제품은 중요 함량 성분도 떨어져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대형 할인점 PB 상품 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일부 자체 브랜드 제품은 제조회사 제품에 비해 중요 함량 성분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농협 하나로클럽의 PB상품이었던 '하나 가득 불고기햄'은 제조사인 목우촌의 자체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은 11% 싼 대신 주요 성분인 돼지고기가 30% 이상 적게 함유돼 있었다. 자뎅의 '이마트 스타믹스 모카골드' 등 이마트 커피 PL 제품도 인스턴트 커피 함량이 동종 업계의 커피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말엔 홈플러스가 '홈플러스 웰빙 플러스 저지방 우유'(930mL)의 영양 표시를 위반해 소비자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100mL당 52.5mg 이상의 칼슘을 넣어야 '칼슘 첨가'를 표시할 수 있지만 이 제품은 100mL 기준으로 5mg의 칼슘을 넣고도 '칼슘 첨가'로 표시했었다.

소비자단체들은 "대형마트들이 PB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데만 급급하고 품질 관리를 등한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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