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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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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재정부 간부를 대거 대동하고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성태 한은 총재를 만났다. 재정부 장관(옛 재정경제부 장관 포함)이 한은을 방문한 것은 1997년 말 한은법 개정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재정부와 한은은 이날 두 사람을 포함한 양 기관의 조찬 회동이 끝난 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한은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이 긴요하고 재정과 금융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강만수 전 장관이 금리와 환율 문제를 놓고 한은과 번번이 갈등을 빚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회동은 금융시장에 ‘이제 불협화음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날 회동은 단순한 친목 도모가 아니라 두 기관의 정책 공조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 장관과 이 총재가 조찬 회동에 앞서 배석자 없이 20분간 나눈 대화에서 구체적인 방향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 장관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한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경 재원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재의 시장 여건에서는 이 국채를 인수할 곳으로 한은이 유력하게 꼽히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서는 재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한국은행법 개정이 관심사다. 한은법 개정의 핵심은 실물경제 악화를 막기 위해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만드는 것. 지금은 설립 목적이 ‘물가안정’에 국한돼 활동반경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법)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상호간에) 인식했다”면서도 “워낙 복잡한 사안이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연구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에 한은이 통화·금융정책을 통해 실물경제를 잘 지원해왔다. 앞으로 더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