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10년 투자 올해 빛본다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IMF이후 글로벌화 대비… 꾸준한 성장

NHN등 작년 4분기에도 사상최대 실적

경기가 러시아의 겨울밤처럼 얼어붙으면서 게임업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다.

2006년 11월 미국에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가 발매되자 미국 전역의 할인점과 게임 전문점에는 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 겨울에도 야외 활동이 자유로운 플로리다의 분위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고 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온라인 게임을 수출할 유망 시장으로 러시아를 꼽는다.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실내 활동 시간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불황으로 여행이나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이 늘어나는 지금은 게임업체들로서는 둘도 없는 호기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에도 게임산업만이 꾸준히 성장했던 전례가 있다.

○ 게임업체들 너도나도 최고 실적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다른 분야 기업들이 최악의 실적으로 고전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잇달아 내놓았다.

NHN이 지난해 인터넷 벤처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선 데는 게임 사업의 힘이 컸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지난해 4분기 게임사업에서 전년 대비 24.3% 성장한 96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 실적으로는 전년 대비 51% 성장한 최대 실적을 냈다. 이는 주력 사업인 검색 사업의 성장률인 25%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엔씨소프트도 아이온 등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회사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90억 원, 99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26%, 117% 늘어났다.

네오위즈게임즈도 4분기에 분기 사상 최초로 500억 원을 넘어선 509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지난해 4개 분기 연속으로 최대 매출 기록을 냈다. 해외 수출실적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다.

넥슨도 지난해 신작 게임 버블파이터 등의 성공으로 매출액이 2007년 30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로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게임빌의 ‘2009 프로야구’ 등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을 넘어서는 밀리언셀러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 불황을 먹고 자란다

게임 업계는 “게임산업과 경기는 거꾸로 간다”는 법칙이 올해에도 적용되며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게임 이용자(애플리케이션 이용 기준) 수는 전 분기보다 7.5% 증가했고 게임 이용시간도 13.4% 늘어났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이 승승장구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 2, 3년간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글로벌화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를 해 왔다”며 “수준 높은 게임이 많이 등장한 시점에 경기 불황이 찾아와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추세도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는 게임 업체들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수십만 원 상당의 게임기를 사야 하는 콘솔 게임 등과 달리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온라인 게임에 주력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풀이도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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