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출연체액 33조 “건전성 비상”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중소기업 연체율 3년 5개월만에 최고 수준

가계연체율도 상승세… 1월 0.82%로 올라

경기침체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면서 국내 금융권의 대출 연체 규모가 3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해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최근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집계한 총대출액 1256조9700억 원 가운데 이자나 원금상환이 제때 되지 않고 있는 대출 연체 금액은 32조9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은행의 올해 1월 말 실적 △보험 및 카드회사의 지난해 12월 말 실적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회사의 지난해 9월 말 실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금융권 가운데 은행의 대출 연체금액이 13조8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8조5800억 원), 농협 수협 신협(6조4800억 원), 보험사(3조 원)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올해 1월 말 기준 2.36%로 작년 1월 말에 비해 1.08%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05년 8월(2.4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이다. 불황으로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업체에 대출을 꺼리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에서 자금을 빌린 가계도 상환에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내내 0.6% 안팎을 유지했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0.82%까지 상승했다.

연체가 늘면서 국내 은행이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채권 규모는 2007년 말 7조7000억 원에서 2008년 말 14조3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경기 위축으로 부도를 내는 기업이 많아진 데다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건설 및 조선사의 대출채권을 대거 부실채권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을 확충해 부실여신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