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Gift]현장에서/쌍용차 인수 뜬금없는 정치논리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삼성그룹의 쌍용차 인수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로 표(票)와 돈만 생각하는 정치권과 증권가다.

일각에선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이 르노삼성의 대주주가 된 후 쌍용차까지 인수해 한국 자동차 산업을 양강(兩强) 구도로 꾸려가는 게 좋다”는 얘기도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의 얘기처럼 현 상황이 삼성으로선 자동차 산업에 다시 뛰어들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우호적인 여론, 낮은 진입비용, 자체 기술력 등 겉으로 드러난 조건만 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성의 쌍용차 인수는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아무리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삼성이라도 지금 상황에서 쌍용차 인수는 ‘늪’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해 현대·기아자동차에 못지않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만들기엔 대내외적으로 너무 버거운 일인 것 같다. 우선 부채가 7000억 원이 넘는 쌍용차를 단돈 1원에 인수한다고 해도 그때부터가 삼성엔 고난의 시작이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이 강성으로 알려진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장 증설, 신차 개발, 붕괴된 국내외 판매망 복구 등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그나마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차가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량이 거의 ‘반토막’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는 ‘브랜드’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은데 ‘삼성’이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국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세계 시장에는 당장 먹힐 리가 없다. 일반 대중 브랜드로서 한 해 수백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가져야만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쌍용차의 연간 생산 능력은 고작 15만 대에 불과하다.

당초 청산 가능성이 나오던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회생 절차가 진행되면서 잠시 주춤해졌지만 정치적인 논리로 삼성의 쌍용차 인수 얘기가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이나 기업이 아닌 국가경제 전체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삼성의 역할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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