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쉼없는 성장 벤처1세대 휴맥스 변대규 사장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0분


창업때부터 글로벌시장 공략 주효

향후 10년 험난… 새 경영기법 필요

“집 등기부등본을 떼 오세요.”

“저는 집이 없는 하숙생인데요.”

1989년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휴맥스(당시 건인시스템)를 창업한 29세의 변대규(사진) 사장은 기술신용 보증서를 받으려다 “하숙생이 사업하려고 보증받는 것은 처음 본다”는 말을 들었다.

벤처 창업이 흔치 않던 시절, 변 사장과 서울대 대학원 선후배 6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휴맥스는 20년 동안 중단 없이 성장해 연 매출 1조 원 돌파를 앞둔 한국 대표 벤처기업이 됐다.

변 사장은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년을 맞는 소감과 미래 경영전략을 말했다.

휴맥스가 1991년 거둔 첫 성공은 우연이었다.

PC용 영상처리 제품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자막 넣기 기능을 고객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

이에 고무돼 자막처리 전문 제품을 만들자, 때마침 노래방 붐이 불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변 사장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그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휴맥스는 1995년 DVD 플레이어 등 기존 사업을 모두 접고 셋톱박스에 ‘다 걸기’한 끝에 세계에서 3번째로 디지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8년 284억 원이었던 매출이 2000년 1426억 원, 2004년 3875억 원, 2008년 7696억 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메디슨, 로커스, 새롬기술 등 벤처 1세대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과 달리 창업 이후 20년 동안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변 사장은 “디지털이라는 큰 흐름에 올라탄 것,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주력한 것 등이 모두 주효한 것 같다”며 “휴맥스의 20년은 한국 벤처가 세계 시장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변 사장은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의 10년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의 제조업은 뛰어난 엔지니어링 기술과 양산 인프라를 결합해 성공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 경쟁력이 더 작동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휴맥스의 자신감은 외국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역량과 집념이 뛰어난 엔지니어들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공채를 시작한 지난 3년 동안 서울대 졸업생을 한 명도 뽑지 못할 만큼 인재를 구하기 힘듭니다.”

그는 “일본 기업같이 기존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우리만의 경영기법을 갖춰야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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