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1순위’ 서러운 외국인 근로자들

  • 입력 2009년 1월 15일 20시 22분


실직 두달내 재취업못하면 불법체류자 신세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에서 일하던 필리핀인 파르파(39) 씨는 지난해 12월 24일 갑작스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파르파 씨는 "회사가 일감이 줄어들자 외국인 근로자를 먼저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외국인 동료 4명도 함께 회사를 떠나야 했지만 한국인 근로자는 한 명도 해고되지 않았다.

국내 노동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경기불황이 오자 순식간에 '구조조정 1순위'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관악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이곳에 취업 상담을 위해 찾아온 중국동포 등 외국인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450명이나 됐다.

외국인들이 우선적으로 해고되는 이유는 이들의 차지하고 있던 노동시장에 경기침체로 직장을 잃은 한국인들이 대거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과거 '3D' 업무라 기피했던 일이지만 생계가 급박해지자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 자연히 이들이 요구하는 임금수준도 외국인 근로자와 엇비슷해졌고, 고용주들은 이왕이면 언어와 문화 장벽이 없는 한국인들을 더 선호하게 됐다.

이들의 사정이 더 절박한 것은 실직 뒤 2개월 이내에 재취업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한 베트남 노동자는 "예전에는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2달 내에 재취업하기 불가능하다"며 "한국이 불법체류를 조장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실직 후 실업급여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취업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대부분 보험료 몇 천원이 아쉬워 가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일터에서 밀려난 외국인들이 새 직장을 잡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종합고용지원센터의 최기복 소장은 "한국인의 취업 알선도 어려운 상황에 외국인에게 먼저 고용을 주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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