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이냐 매각이냐 회생이냐… ‘운명의 한 달’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쌍용차 진로 4가지 시나리오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외자(外資) 기업이 철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법원의 손에 넘어간 쌍용차의 회생 여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

회생: 고강도 구조조정 거쳐야… 노조 동의여부 변수

인수합병: 세계 자동차시장 급랭… 인수기업 나설지 의문

청산: 정치-경제적 파장 심각… 세금들여 지원도 부담

신청철회: 완전히 손 뗄 것인지-노조 압박용인지 불투명



○1 회생절차 개시 후 독자생존

법원이 1개월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쌍용차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산과 채무가 동결돼 채무 이행 부담은 한동안 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자체 노력만으로 쌍용차가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쌍용차의 경우 최근 신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경영 부재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 등에 대해 노조가 선선히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2 회생절차 과정에서 매각 추진

쌍용차로선 기아자동차나 대우자동차처럼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게 가장 희망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국내외 여건상 이 역시 쉽지 않다.

자동차 시장 자체가 급랭하고 있는 데다 쌍용차의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동종업계는 물론 해외 자동차 회사 역시 쌍용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삼성그룹이나 LG그룹 등이 이번 기회에 헐값이 된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재벌에 대한 특혜 시비 논란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외 어떤 기업도 쌍용차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향후 어떤 형국으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3 청산 절차 돌입

법원이 회생절차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쌍용차 사태는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상하이차가 추가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 등의 지원이 없으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하더라도 쌍용차의 존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높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회생절차 도중에도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져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인 파장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부실기업에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데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극적인 대타협

상하이차의 이번 조치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노리는 ‘벼랑 끝 전술’이었을 경우 정치적 타협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상하이차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전에 신청을 철회하거나, 법원에 의해 회생절차가 기각되는 걸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상하이차가 한국정부 및 쌍용차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 등과 다시 협상을 벌여 지원을 받아내 경영을 재개한다는 얘기다. 쌍용차 이사회에 참석한 최상진 쌍용차 기획상무는 9일 연합뉴스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상하이차가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산업은행과 상하이차는 추가금융지원 및 투자 확대라는 정치적 타협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완전히 손을 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노동조합을 압박하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며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향후 법적 절차

▼법원, 내주초 ‘재산보전 처분’ 여부 결정▼



쌍용자동차가 9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법원은 한 달 내에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된다.

법원은 회생절차 신청이 들어오면 우선 1주일 안에 회사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재산보전 처분’ 발령 여부를 정한다. 쌍용차의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신청 당일인 9일 신속하게 재산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 했으나 서류 미비로 다음 주 초로 미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은 회사를 경영할 관리인과 회사 경영상태를 조사할 조사위원(회계법인)을 정한다.

관리인은 곧바로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제출하고 조사위원은 회사 상황을 종합 평가하는 보고서를 만든다. 만약 조사위원이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쌍용차의 회생절차는 폐지된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법정관리는 없었던 것이 되고 쌍용차는 경영을 재개하거나 청산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반면 조사위원이 회생이 가능하다고 보고하면 법원은 채권자들을 모아 최종적으로 회생절차에 동의하는지를 묻는다. 채권자들은 이때 빚을 일부 탕감하고 나머지는 10년에 나눠 갚는 것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는데, 채권자의 3분의 2, 담보권자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회생절차가 인가된다.

인가가 나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면서 법원에 수시로 보고하고 감독을 받게 된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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