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뛴다]<下>삼성전자 헝가리법인 SEH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삼성전자의 유럽지역 생산 거점인 헝가리법인의 제1공장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유럽 수출용 삼성TV의 부품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20여 명의 한국인 주재원과 2000여 명의 현지 직원이 합심해 일하고 있는 이곳에서 3년 연속 유럽 TV시장 1위라는 삼성전자의 성공 신화가 싹텄다. 야스페니사루=임우선 기자
삼성전자의 유럽지역 생산 거점인 헝가리법인의 제1공장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유럽 수출용 삼성TV의 부품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20여 명의 한국인 주재원과 2000여 명의 현지 직원이 합심해 일하고 있는 이곳에서 3년 연속 유럽 TV시장 1위라는 삼성전자의 성공 신화가 싹텄다. 야스페니사루=임우선 기자
기술-믿음으로 맺은 20년 인연

삼성 무한신뢰 “헝가리의 자랑”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승용차를 타고 동쪽 방향 고속도로를 1시간 남짓 달리다 보면 헝가리어 한국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간판을 만나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SEH)을 찾는 방문객을 환영하는 간판으로 이곳 야스페니사루 시(市) 주민들이 SEH에 대한 고마움의 뜻으로 직접 만들어 세운 것이다.

SEH가 야스페니사루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보좌관 메사로시 라슬로 사무관을 만났을 때였다.

그는 “삼성을 위해서라면 ‘우편집배원보다 빨리’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헝가리에서는 우편집배원이 모든 직업 중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민첩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이 삼성에 대한 애정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 1위’ TV 생산거점 자부심… 다른 글로벌 기업 짐 쌀때 공장 늘려 비약적 성과

○ 유럽 TV시장 3년 연속 석권

한국인 주재원 20여 명과 현지 직원 20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SEH는 현재 유럽 TV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TV 및 PC모니터 생산 거점이다.

최근 몇 년간 헝가리와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거둔 성과는 눈이 부실 정도다.

삼성전자는 2006년 보르도 TV의 ‘세계적 대박’을 계기로 유럽 TV시장에서 소니, 필립스 등 굴지의 가전업체를 큰 차로 따돌리고 3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공장 안 대형 주차장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TV와 모니터를 유럽 전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24t 트럭이 하루 종일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SEH 이영헌 주재원은 “하루에 약 4만 대의 제품이 생산돼 98%가량이 당일 출하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헝가리 내 매출 상위 기업 집계에서 SEH의 추정순위는 5위(약 31억 달러·4조610억 원). 2006년 12위(19억 달러), 2007년 9위(25억7000만 달러)에서 성큼 뛰어올랐다.

공장 면적은 4만6000여 ㎡(약 1만4000평)로 SEH가 세워진 해인 1989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으로 넓어졌다. 종업원 규모도 90명에서 2000여 명으로 22배 이상 늘었다.

이준영 SEH 법인장은 “글로벌기업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헝가리 진출 이래 한 번도 후퇴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첨단 장비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 생산과 생산비 절감 노력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견된 작년부터 헝가리 지역신문 헤드라인에는 ‘○○기업 300명 직원 해고’, ‘△△기업 철수 검토’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헝가리 공장 축소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SEH는 오히려 2007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첨단 장비를 갖춘 제2공장을 증설했고 이를 기반으로 비약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

SEH 김용신 주재원은 “(금융위기 여파로) 작년 말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좀 줄긴 했지만 올해 초부터는 다시 예년 수준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공장 분위기도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 “시장경제 후 첫 진출 외국 법인” 깊은 신뢰

삼성전자는 사회주의국가였던 헝가리가 시장경제로 돌아선 1989년, 헝가리에 대한 투자와 함께 법인을 설립한 최초의 외국 기업이었다.

경제개방 당시 헝가리는 해외 기업의 자본과 시설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했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헝가리에 온 기업인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현지 직원, 지역 주민,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는 남다르다.

자신의 부모님 역시 18년간 SEH에서 근무했다는 SEH의 여직원 미제이 베아터 씨는 “헝가리 사람들은 ‘삼성전자는 우리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헝가리에 중요하고 소중한 기업이란 의미”라고 전했다.

2007년 헝가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브랜도 인지도 및 호감도 조사에서 응답자 중 95% 이상이 ‘삼성전자를 안다’고 대답했고 87% 이상이 ‘삼성전자가 좋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지지에 힘입어 현재 헝가리에서 삼성전자는 TV, 모니터, 양문형 냉장고 등 여섯 가지 주요 가전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SEH의 현지 협력사이자 세계적 규모의 초대형 사출업체인 야스플라스티크의 커서 러요시 사장은 “협력사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의 평판은 매우 좋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제품과 관련된 일이라면 협력사 문제에도 함께 나서 적극적으로 기술 조언을 해줍니다. 일렉트로룩스나 필립스 같은 다른 유럽 협력사들과는 크게 다르죠. 바로 그런 점이 삼성의 제품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죄리네 체글레디 마르터 야스페니사루 시장은 “최근 헝가리 최고 국립대에 한국학과가 개설되는 등 한국과 헝가리 간 활발한 문화 교류에도 삼성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도 삼성전자의 공을 높이 사고 싶다”고 밝혔다.

야스페니사루=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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